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수원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 3주차 경기가 수원체육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세계 여자배구의 활성화를 위한 FIVB의 공식 대회로, 세계 상위 32개국의 여자 대표팀이 3그룹으로 나누어 자웅을 겨루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2그룹에 속해있다.

 유럽과의 시차(時差)로 때로는 밤중에도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되새겨보았다. 또한, 매사에 그렇듯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처럼 무슨 일이든지 평소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여야 하며, 스포츠에서도 훌륭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소통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도 배웠다.

 수원에서 카자흐스탄(7월 21일)과 콜롬비아(22일)를 통쾌하게 물리치고, 23일에는 3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폴란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겨, 4개국이 벌이는 2그룹 결선 라운드에 1위로 진출했다. 우리 선수들의 기둥인 '배구 여제'라 불리는 월드스타 김연경과 여러 선수들을 직접 보러 온 구름 관중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수원에 사는 지인의 말을 들으니, 여유 있게 일찍 갔는데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야구와 축구만 인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 입석을 포함하여 5,500장이나 팔려 매진(賣盡)이 되었다니…….

 체격적인 어려움을 공격적이고 다양한 서브와 강인한 투지로 극복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만원 관중의 함성과 태극기 물결은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힘이 되었다. 중대한 국제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투혼은 오랜 가뭄과 폭염 그리고 폭우로 지친 국민에게 큰 힘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대회는 7월 7일부터 3일간 불가리아에서 열렸는데 불가리아에게 아깝게 져서 2승 1패를 했고, 폴란드에서 열린 2라운드와 수원의 3라운드에서 3전 전승으로 모두 8승 1패로 1위로 결선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고, 손가락 8개를 펴고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찼다.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2그룹 결선 라운드에 진출한 우리는 26일, 우승을 향하여 체코로 출국하여, 29일에는 독일과 4강전을, 30일에는 결승전 또는 3·4위전을 하게 된다. 우승팀은 내년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1그룹으로 승격하게 되니, 꼭 우승하여 1그룹에 복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장 큰 걱정은 선수들의 극심한 체력 저하와 부상이다. 가뜩이나 대회 직전 다친 선수를 제외하다 보니 2명이 부족한 12명으로 구성했고, 일주일 간격으로 유럽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강행하고 있으니 지칠 만도 하다. 그래도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니 우승을 축하하는 기쁨을 만끽하며 손가락 열 개를 활짝 펴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아울러 8월 1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아 남자배구 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목표를 가지고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니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