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 산야를 바라보니 한해로 애태우던 농민들이 폭우로 전답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고향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교직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보낸 세월들,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있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 한다"는 화두(話頭)를 시작으로 단재교육연수원에 재직할 때엔 1년에 3,000여명의 학생에게, 교장으로 재직 시에는 1,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늘 상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학생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기를 당부하던 일이 생각난다.

 채근담(菜根譚)에 "천지(天地)는 영원하지만 인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만다. 다행스럽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헛되이 보내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한다"고 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빈손으로 왔다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요, 태어날 때는 혼자서 울고 태어났지만 떠날 때는 만 사람이 울어 주어야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했던가.

 팔다리가 없어도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며, 앞을 못 보는 처지에도 각고면려(刻苦勉勵)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 교수에 이른 분이 떠오른다. 어떻게 사는 게 보람 있는 삶일까?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그 중에서 있어서도 안 될 사회에 독소적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웃에 도움을 주시는 못할망정, 있어서는 안 될 모습으로 살아가서야 되겠는가?

 오슬로는 "오늘에 살라"고 했고, 하우푸트만은 "오늘을 네 인생의 최초의 날이요, 최후의 날처럼 생각하고 살라"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기를 권했다. 지난날에 매달려 고민하지 말고, 불확실한 미래에 신경을 쓰며 불안해 하지말자. 지나간 날들은 오늘을 살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반성의 자료로 삼으면 된다. 100년도 못 살고 지나가는 짧은 인생, 채근담(菜根譚)에는 부싯돌불빛(石火光中)같고,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 "인생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번 지나가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게 인생이다.

 베푸는 삶보다 아름다운 게 없다.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처럼 살지는 못할망정 작은 일이라도 베푸는 속에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짧은 인생, 베푸는 보람 속에 하루하루를 땀 흘려 일하며 평범 속에서 행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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