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필자에겐 시낭송가인 친구가 있다. 눈으로 읽는 시보다는 시격에 어울리는 낭송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 편의 시가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친구는 각종 문화행사나 결혼식장등에서 시 낭송을 멋들어지게 하고 있다. 요즘 말로 잘 나가는 친구다. 필자의 아들 결혼식에도 멋진 시낭송으로 진한 감동을 줬다. 이 친구가 종종 보내오는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외워서 낭독해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다. 무엇이든 외우기 힘든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낭송을 하는 친구가 참으로 자랑스럽다.

며칠 전 그 친구로부터 또 시낭송 동영상이 왔다. 무심코 듣고 있는데 구절구절이 필자의 가슴에 와 화살처럼 박혔다.

『제가 오늘/ 어머니 말을 가로 막았습니다/했던 말을 또 하고 다시 하는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라며 그만 하라고 했습니다./ (중략) 영문도 모르고 말을 멈춘 어머니 얼굴에 서리가 내렸고,/ 내 기분은 가지 끝에 달린 나뭇잎처럼 흔들렸습니다./

언젠가 서리 내린 땅에도 한겨울이 올 텐데/ 그때 가면 이 소리마저 그립다고/ 눈물 흘릴지 모르는데/ 어머니 말을 가로 막고 말았습니다./ 점심 때 있었던 어머니 일로/ 하루 내 풀죽어 지냈습니다./ 어머니 생각으로/ 가슴깊이 반성문을 눌러 적고 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윤보영 시인의‘어머니에 대한 반성문’이다.

필자는 친정엄마와 함께 한 시간보다 시어머님과의 함께한 날이 더 많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하다 보니 같은 말을 수없이 들으며 살았다. 손자를 키우시면서 있었던 많은 이야기들도 귀가 닳도록 들어 거의 외울 지경이다.

“이집 며느리는 지푸라기라도 들고 들어오지 밖으로 들어내지 않는다.”고 했다는 점쟁이의 이야기는 삼십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근무지가 대부분 시골이다 보니 농산물을 얻어들고 들어갈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점쟁이 말을 되풀이 하신다. 그러다 보니 모임 때나 행사 때면 어머니 생각에 주섬주섬 싸들고 퇴근할 때면 필자의 손에 눈이 먼저 간다고 하시며 또 그 점쟁이 말을 되 읊으신다.

경로당에서도 못마땅한 일이 생길 때마다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신다. 하루는 경로당 이야기를 계속 반복 하시기에 참지 못하고“ 엄니, 경로당 얘기는 이제 그만 하셔요.”라고 말하고 말았다. 순간, 풀죽은 어머니 표정을 보고야 바로 후회를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다 얼마 전 정신과의사인 이근후 교수가 쓴 책을 읽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분신인 가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란다. 제발 나 좀 알아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방법이나 내용을 떠나 부모님의 인생을 그저 긍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효도요, 자식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했다. 우리가 아기일 때 뜻 모를 옹알이를 받아주신 부모님이니,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옹알이를 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결국 그마저도 들어 드릴 수 없는 날이 올 텐데…… . 저무는 하루, 맘속 깊이 반성문을 눌러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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