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정부가 2일  ‘실수요자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8·2부동산 대책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집값)을 잡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6월에 첫번째로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대책을 비웃듯 아파트 투기가 서울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44일 만에 서둘러 더 강한 대책을 내놨다. 8·2부동산 대책은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특별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강남구를 비롯한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를 별도로 투기지역으로 이중으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는 2011년 12월 이후 5년 8개월만에, 투기지역은 2012년 5월 이후 5년 3개월만에 부활됐다.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과연 집값을 잡을 효과가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책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2005년 ‘8·31부동산 대책’ 이후 가장 강도가 높은 규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대책이 나오면 시장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게 정상임에도 언론에서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주역들이 이보다 더 강한 대책이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부동산 대책을 만들었던 주역들이고, 그 대책이 보기좋게 실패했다는 학습 경험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12번에 걸쳐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거의 90년대 초중반에 3배 가까이 올라버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평생 내집마련을 엄두조치 내지 못하고, 돈 벌면 외제차 사고 해외 여행에 소비하는 풍조에 물들게 했다. 당시 천정 부지로 치솟던 한국의 집값은 2008년 가을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롤 맞고서야 겨우 꺾였다.

당시의 실패한 정책을 재탕했다는 지적이 일자 청와대 비서실의 담당 수석비서관인 김수현 사회수석은 3일 춘추관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번 대책과 관련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전세계가 겪은 부동산 버블붕괴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현재의 집값 폭등을 가져온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당시에 공급측면을 간과하고, 건축원가공개 의무화, 양도소득세 인상, 재건축 허가 강화 등으로 거래와 공급을 위축시킨 것이 유동성 증가와 맞물려 부동산 폭등을 가져왔고, 결국 당시 정부를 탄생시킨 서민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민들을 위한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아울러 집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한 보유세 강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수백만원·수천만원짜리 자동차보다 수억원·수십억원짜리 고급 주택의 재산세가 더 싸다는 것은 조세정의 측면에서도 불합리 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같은 날 발표된 부자증세, 표적증세 논란을 빚는 내년도 세법개정보다 더 시급한 것이 부동산 세제 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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