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대립 구도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중국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 강화를 가속하는 등 충돌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런 속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과 북한 자신에 달린 문제라고 반박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3년 2월 말 북한 지도부에는 비상이 걸렸었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예고 없이 잠가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송유관 수리'를 이유를 내세웠으나 실제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한 뒤 대화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에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은밀하게 밝혔다. 중국은 사흘 만에 북으로 가는 송유관의 밸브를 다시 열어 줬다. 북한은 석 달 뒤 1차 북핵 6자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당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

 북한에는 해마다 100만t 이상의 원유를 중국의 송유관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다. 소비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일부는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그래서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3개월만 잠그면 북한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유관은 북한으로선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송유관 차단 조치에 북한이 비상한 반응을 나타낸 이유를 알 만하다.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송유관을 잠글지는 의문이다. 원유 공급 차단은 중국이 사실상 북한과의 수교 단절을 의미하는 극단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미치는 충격이 크겠지만 그만큼 중국 또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원유 공급을 차단한다 해서 북한이 핵실험을 바로 중단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교부 등 대외접촉 채널을 가동해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최근 위기상황의 수준을 감안할 때 북한이 순순히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원유 공급 중단 정도의 극단적 카드가 아니고서는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걸어 잠그는 일 밖에 없다. 전 세계가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 밸브를 잡고 고민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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