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락 변호사

[윤종락 변호사] 한국 사회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인터넷 속도는 세계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당일 택배도 가능하며, 음식을 배달하는 시간은 15분 내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너무 느리다고 불평을 하며 살고 있다. 외국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속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우리가 빠르게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우리는 빨리 빨리 일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빨리 빨리 문화로 인하여 경제성장도 하고, 국가발전을 이룬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이 존재한다. 쉬운 예로 환경 오염, 근로자들의 건강 악화, 소득 재분배의 문제, 상대적 빈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이유없는 불안감,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들 수 있다. 빠른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다 환경이나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배려가 빠져 있어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으므로 삶에 대하여 여유를 가져야 한다. 삶의 여유를 갖고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여 이제는 빨리 보다는 신중하고 깊이 생각하여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일을 느리게 진행한다거나 게으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없으면 일이 더디게 진행되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여 다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시간이 낭비되기도 한다.

 인간이 뇌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뇌 일부분을 쉬게 하여 계속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여유를 갖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직장인이 휴가를 쓰기는커녕, 제때 퇴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야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분위기이고 SNS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일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켜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킨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채우기만을 바라는 문화에서 비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문화로 바뀐다면 그 여유로 인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인간을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고, 한층 더 높아진 문화를 이루어 낼 것이다.

 여유는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타인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 여유를 갖고 임한다면 그 기나긴 시간을 충분히 버티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날씨와 업무로 지친 직장인들이 이번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여유를 갖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유를 갖고 가족과 이웃을 둘러보고, 자신의 삶도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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