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세상이 확실히 바뀌었다. 우리 사회가 부자와 권력자 등 강자 중심으로만 돌아가던 때의 각종 적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강자들의 '갑' 질이다. 기업인들이나 군 장성, 교수 등 지도계층 전반에서 죄의식 없이 자행되던 갑 질이 끊이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그동안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억눌려 있던 약자들의 분노의 표출이다. 사회학자들은 억압받는 계층의 분노가 표출되고 그 대상들이 단죄되어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최근 갑질 당사자들의 연이은 사법처리는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한 진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각기 개성이 다 다른 사람들끼리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기는 쉽지 않다. 부부 간에도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고 이혼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의 70% 정도는 상사나 동료와의 불화 때문이라는 조사도 있다. 직장에서 상하 간에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계급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까지 말살할 가능성이 있는 '갑' 질의 권리가 주어져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 가진 자들의 편에 서 있던 정권은 이런 비인간적 행동을 묵인함으로써 한국을 분노사회로 만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선진국의 각종 조직에서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들의 태도는 평등을 넘어 우대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앞 다투어 인재를 모시고 떠받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핵심인재 우대주의는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존중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존중받는 근로자는 자발적으로 조직이나 고용주에게 충성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과도할 정도로 존중함으로써 그들로부터 무한대의 충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일본의 미라이공업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훌륭한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소중히 대우함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들 조직의 경영자들은 자본력보다는 근로자들의 감정과 머리와 손에 의해 조직이 발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자들에 의해서만 절대로 유지되지 못한다. 이끄는 사람보다는 떠받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사회가 안정된다. 그런데 떠받치는 일이 중지되면 조직도 사회도 다 무너져버린다는 것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때문에 고용주들은 근로자는 조직과 사회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일원이라는 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장이라고 해서 직원들을 푸대접한다면 씻을 수 없는 적대관계에 빠지고 만다. 적대관계 속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보다 상호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관리하는 것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지혜의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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