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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의 원칙비겁하게 살아라
정지성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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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3.12  19: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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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며, 밝은 태양이 빛나는 오늘이기를 고대한다.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우리 마을이 평안하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즐겁고 희망차길 바란다.
그러나 세상의 모순은 우리가 모두 행복하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곳곳에 놓여있는 음모, 욕망, 갈등 어느 것 하나 평안하기 어렵다. 이 세상은 서로 아끼고, 위하고, 돕고, 함께 가기보다 나 먼저, 우리만이라는 이기적 욕망에 넘쳐있다.

인류가 지혜를 더하고 더해 사회를 발전 시켜온 것은 물질적 욕망을 더욱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약자, 소수자, 부족한자, 절망한자, 좌절한자에게까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 온 것이다. 물론 옛말에 가난은 나라도 구하기 어렵다고는 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인류는 복지라는 발명품을 만들어 빈민을 구제하고, 공공재라는 상품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쓸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왔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발견한 함께 사는 지혜인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이 세상은 인정만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 네 이익을 먼저 챙겨야하고, 위험과 위기로부터 약삭빠르게 도망칠 줄 알아야 똑똑한 것이라고 강요한다. 불의 앞에서도 나서지 말고 뒷줄에 서라고 가르친다. 우리 모두 비겁하게 살아남으라 한다. 바르게 살고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은 바보이고,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들은 이 타이름에 길들여져 작은 적선, 봉사, 헌신조차도잔머리를 돌리고 꾀를 바순다. 정말 우리들은 비겁하게 살아남으려 한다. 내 스스로도 다리 저는 이, 가슴 저리는 사람에게 따듯한 손길, 맘 길 제대로 주어 보지 못한다.

가끔씩 거리에서, 차에서 꾀죄죄하고 추레한 모습으로 구걸하는 이들을 만난다. 성탄절기에는 구세군 냄비도 마주친다. 그러나 선뜻 적선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쪼다들이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정말 천 원 한 장도 절실할 수가 있다. 나도 그런 사연을 겪어 보았기에 아이엠에프(imf) 경제타격 이후 결심한 하루의 원칙이 있다.
하루 맨 처음 만나는 구걸 자에게 천 원이라도 내어 주자는 것이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내 천원을 덜어 그 사람에게 주면 마음의 위로가 되리라 여겼다. 어떤 이들은 '알량한 작은 돈으로 너 자신을 속이지 마라'고도 한다.

그 돈의 적선이 그를 돕는 게 아니라, 그들이 계속해서 구걸하도록 동조하는 것이 되니 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도 비난한다. 혹자는 그것을 악용해 운명을 개척하지 않고 쉽게 안주하게 만든다고 역정을 낸다.
그건 절대 아니다. 아니 오판이다. 누가 사람으로 태어나 고귀하게 되고 싶지 않은 자 있겠는가. 그래 던져주는 몇 푼에 영혼을 팔고 싶은 자가 그 얼마이겠는가. 세상에 얼마나 좌절했으면 존심까지 버리고 그렇게 살아남으려 바둥치겠는가.

근본은 나 작은 행동의 시작이 여기에 그치지 말고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는 정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사회는 인정이 많다고 한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인정있는 나라면 인정있는 세상이 되어야하고 인정있는 제도, 인정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하지 않은가.

얼마 전 차편에서 구걸하는 젊은 사람을 만났다. 그날 처음 마주친 구걸이었다. 32절 표지에 자기의 다리 다친 사연을 적어 돌리고 내 앞으로 다시 왔다. 나는 천원 한장을 꺼내 그에게 주며 말하였다. "어렵겠지만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날도 나는 작지만 내 하루의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며, 근본적으로 인간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간절히 소망해 보았다.

▲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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