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여름은 무더위의 계절인 동시에 또한 휴가 시즌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들은 무더위가 최고조를 이루는 7월 말에서 8월 초 휴가 기간을 보낸다. 이는 회사뿐 아니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나 유치원도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이 쉬어야 선생님들도 쉬지 않겠는가! 휴가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휴가는 그 당일도 중요하지만 휴가를 잡고 기다리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휴가 기간 어디를 가야할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휴가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들인다.

 언젠가 프랑스의 유명한 일간지인 르몽드지에서 실시한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벤트 내용은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보내준 독자에게 상품을 준다는 것이었다. 1주일간의 기간 동안 많은 답변들이 도착했다. 그 많은 답변들 중에 르몽드지가 선정한 1등은 5살짜리 어린 아이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그 답변은 바로 "친구와 함께 간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준비하면서 장소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참 많이 한다. 한정된 시간과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인터넷이나 여행 책자를 열심히 검색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누구와 함께 하려고 이 여행을 준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종종 뒷전이다. 그러나 휴가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지금 내가 누구와 있는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휴가'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지를 고민한다. 이건 굉장히 자기중심적 사고임을 깨달아야 한다. 누구와 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아직 누구인지 확실치 않은 그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막상 휴가를 다녀오면, 어디에 있었기 때문에, 혹은 무엇을 못 먹었기 때문에 힘들었던 휴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과 마음이 맞지 않아서 힘들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르몽드지는 왜 다른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를 다 놔두고 5살 꼬마 아이의 '친구와 함께 간다'는 답변을 선택했을까? 어떠한 여행이라도 사랑하는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여정은 반드시 즐거울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여정은 언제나 짧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번 휴가,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를 한 번 고민해 보시기 바란다. 이기적인 생각이 나에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나만 좋은 것보다 우리가 함께 즐겁고 좋은 것이 더 큰 유익이 된다. 휴가를 보내며 이러한 인생의 아이러니를 발견한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휴가 나는 무엇 때문에 즐거울 것인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휴가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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