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아름다운 뒷모습

▲ 교육문화원 부장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는 따스해진 봄기운으로 한결 부드럽다. 움트는 새싹의 소리가 조금씩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
매년 2월이면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선생님들의 정년퇴임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분들 중에는 교단을 떠나면서도 제자들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미담이 들리고 있어 훈훈한 감동이 인다.

청주지역 기독교 사학인 일신여고 김용민 교장은 몸담았던 학교에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2000만원을 기탁했다.
학생들 개개인이 사회를 위한 씨앗이 되라는 의미에서 '밀알장학회'라고 이름 짓고 종잣돈을 내놓은 것이다.
김교장의 장학금 기탁은 2003년 일신여중 교장때 부터 시작됐다. 도시 공동화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장학금을 내놓기로 하고 지금까지 4년간 장학금을 기탁했다.

지난 2007년 3월 본교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장학 기금 마련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김교장은 퇴임후에도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42년간 교육계에 봉직한 고마움에 감사한다며 겸손해 했다.
같은 재단의 일신여중 최병률 교장도 지난 2월 23일 퇴임식이 끝난 뒤 1000만원의 장학기금을 내놓았다. 최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면 교육의 길도, 치유의 길을 함께 열어 가야 한다" 는 뼈있는 고언도 잊지 않았다.

열혈 '농고맨'으로 알려진 임창재 교장은 퇴임하면서 10년간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더욱이 기계과 학생들이 굴삭기 자격시험에 몇 번씩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격무에도 틈틈이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가하면 퇴근 후에도 굴삭기 운전 연습에 몰두해 그 어렵다는 자격증을 따내기도 했다.
학생들조차 몇 번의 고배를 마셔야 겨우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을 단번에 따낸 교장선생님에게 '멋지다'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임 교장은 학생들을 상전 모시듯 돌본다.
더욱이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들이 졸업 후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두렵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인사말만 전하고 학교 정문에서 큰절을 한 후 교직생활을 마감하였다.

요즘 신문, 뉴스 매체에선 심심찮게 학내의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사제 간의 예와 신뢰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세대가 바뀜에 따라 교사의 권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옛 부모님 세대에서는 교사의 권위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었던 막강한 권력이었다. 하지만 교사의 권위는 이젠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권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교장선생님들의 평소 몸과 마음으로 실천한 교육은, 미래 교육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학생들과의 눈높이를 맞춘 참사랑의 가르침이라 본다.

결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며 학생 가까이 있는 스승이 존재하는 한 교실의 대립은 허물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며 교실에도 어김없이 희망의 봄은 싹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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