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아들 같이 생각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거나, 보냈던 어미의 입장으로선 도저히 감당해 내기 힘든 말이다. 아들같이 생각을 해주지 않아도 좋다. 대한민국의 군인이라는 근본적인 면만으로 대해 주었어도 이렇게 가슴이 메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그랬다면 그 사병 역시 공관병으로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필자는 공관병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군대를 가지 않는 여인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처음 듣는 단어일 것이다. 공관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연대장 이상의 지휘관들에게 주택이 제공되는데 이를 관리하는 병사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아들로 태어나면 나라를 수호하고자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하는 곳이 군대다. 가끔 저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아들들은 핑계를 만들어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도 있었다. 군대는 계급사회다. 그래서일까! 군대는 남편의 계급이 그 부인의 계급이라는 말을 들었다. 계급이 낮은 남편을 둔 아내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번엔 공관병에 대한 지휘관 가족들의 갑질 논란이다. 그들도 누군가의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이다.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아들을 둔 어미의 마음으로 분노가 일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의무적으로 나랏일을 하러 간 귀한 아들들에게 자질구레한 집안일과 막말에, 노예의 부림이라니! 그래놓고 전 국민 앞에서 아들같이 생각했다고 한다. 지휘관의 부인은 민간인 신분이 아닌가? 어찌 이 같은 일이! 귀하고 소중한 아들들을 무얼 믿고 군대를 보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은 지휘관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진정한 사과도 아닌 발뺌이나 하려드는 파렴치한 모습에 기가 막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제도도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의 개선이 있기를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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