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20여 년 전 청주로 이사와 살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된 단어 중 하나가 '상당'이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청주에 살았던 친구 따라 처음 가본 관광지도 상당구 상당산에 있는 상당산성이었다. 이밖에도 상당초, 상당고, 상당도서관, 상당공원, 상당교회, 상당집 등등 청주에는 상당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청주에 왜 상당이라는 단어가 많은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니 백제 때 청주의 지명인 상당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상당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애용하는 상당산성으로의 등산코스 때문이었다.

 상당산성은 청주의 동쪽에 위치한 491.5m 높이의 상당산에 축성된 둘레가 4.1km 정도의 산성이다. 15년 전 운동 삼아 등산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주 근교에서 힘들지 않고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코스를 찾아 나선 적이 있다. 다행히 청주 주변에는 높지 않은 산들이 많아 내 수준에 맞는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었다. 당시 상당산성을 중심으로 찾아낸 소요시간대별 대표적인 코스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시간 정도의 코스로는 충북 경찰청에서 시작해 백화산을 거쳐 상당산성에 도착해 서문, 남암문, 출렁다리, 것대산, 낙가산을 거쳐 김수녕 양궁장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2시간 정도의 코스로는 삼일공원에서 출발해 우암산을 거쳐 상당산성에 오르는 코스도 있다. 1시간 정도의 코스로는 우암 어린이회관을 출발해 상당산성에 오르는 코스도 있다. 세 가지 코스 중 필자가 최종 선택해 지금까지도 자주 애용하는 코스는 마지막 코스이다.

 사실 내려오는 시간을 포함하면 2시간이 소요되는데 필자가 이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소요시간이 왕복 2시간 정도로 주말 오전에 시간 내기에 부담이 없다. 둘째로는 숨이 턱밑까지 차는 깔딱 고개가 3개 정도 있어 운동효과도 있으면서 전체적으로는 능선도 많아 등산에 큰 부담이 없어 좋다.

 셋째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데 버스로 산을 내려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산성을 오른 후에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오지 않고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산성마을로 내려가면 주차해 두었던 차가 있는 우암 어린이회관까지 내려올 수 있는 시내버스가 있다. 같은 코스를 걸어서 왕복할 때는 등산 후에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져 등산을 중단해야 했지만 버스를 이용해 산을 내려오면서 부터는 그러한 통증이 없어져 등산을 계속 즐길 수가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필자만 느낀 것이 아님은 주말이면 산성마을에서 내려오는 버스가 항상 입석도 꽉 찬 만차로 내려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번은 청주 토박이 노인 두 분이 버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청주처럼 이렇게 등산 후 버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도시는 전국에도 거의 없다고들 하시면서 청주에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계셨다. 요즘도 필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상당산성 정상에 오를 때마다 오늘도 무리 없이 상당산성에 오를 수 있는 건강에 감사하며 상당산성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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