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여러 가지 종류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해결의 세 가지 기본적 단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상황을 파악하라. 둘째 상황을 분석하라. 셋째 드디어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이를 실행한다.

 먼저 "상황을 파악하라." 일단 결단을 내려 실행했지만 실패했다고 할 경우 돌이켜 분석해 보면 그것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그것은 만일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지적(知的)으로 해결하기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할 따름이다. 이 세상의 고민의 절반은 결단의 근거가 되는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않고서 결단을 내리려고 서두는 것이 원인이다. 만약 당신에게 다음주 월요일 3시가 되면 닥쳐올 문제가 있다고 하자. 당신은 월요일이 되기까지는 그 문제에 대해서 결단을 내리려 들지 않아야 한다. 당신은 그 동안 이 문제에 관계되는 온갖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만 전념하지 결코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골치를 앓거나 불면증에 걸리지도 않는다. 다만 사실을 파악하는 데만 전념할 테니까.

 그리고 그 전날까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둔다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누구든지 공평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 한다면 결단을 망설임으로써 오는 고민은 그 빛을 받아 증발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의 파악에 관심을 기울였을 때 이미 생각하고 있던 바를 지지하는 사실만을 추구하며 다른 것은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사실, 희망적인 생각과 일치하는 사실만을 추구하여 자신의 편견을 정당화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개인적인 욕구에 합치하는 것들은 전부 진실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앙드레 모로아의 지적이다. 여러 가지의 경험으로써 우리는 결단에의 도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 있다. 일정한 목적에 이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장애를 뚫는 길을 찾지 못한 채 힘을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노릇인가.

 그러한 현상은 인간을 신경쇠약증에 걸리게 하며 생지옥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들 고민의 50퍼센트는 일단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함과 동시에 소멸되며 나머지 40퍼센트는 결단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에 정열을 불태워 이에 열중한다면 마지막 10퍼센트의 고민도 없어지게 되고 만다. 모든 것 남의 탓이 아닌 나로 하여금 이루어진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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