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인쇄박물관, 오는 31일까지 특별전 '교정, 魚魯를 바로잡다'
책 간행 과정 원고·인쇄로 구분 단계별 교정의 모습과 방법 소개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근현대인쇄전시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시회 '교정, 魚魯를 바로잡다'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옛 인쇄문화를 교정(校正)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자리다.

고인쇄박물관은 그간 금속활자인쇄술을 비롯한 한국 고인쇄문화와 근대의 출판인쇄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개최해 왔다. 이번 전시는 고인쇄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교정'이 말 그대로 오류를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출판에 있어서의 교정은 원고의 내용과 인쇄 상태를 바로잡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다.

다만 목판이나 활자로 책을 출판했던 전통시대에 교정은 중요한 하나의 과정임과 동시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어로(魚魯)는 "책을 세 번 베끼면 魯자가 魚로 된다"고 한 갈홍의 '포박자'에서 따온 말이다.

원고를 베껴 쓰는 과정에서 오자가 발생하기 쉬움을 표현함은 물론 교정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책이 간행되는 과정에서 크게 원고와 인쇄 단계로 구분해 단계 별로 이뤄졌던 교정의 모습과 방법을 소개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전시 도입부에는 철저한 교정을 통해 만들어낸 대장경과 교장 등 고려시대 주요 인쇄물을 소개하고 조선시대 인쇄 관련 규정을 통해 교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부 '원고의 교정'은 원고를 교정하는 사람과 교정을 요청하는 망기, 퇴계집개간일기, 그리고 초고 교정본 등을 전시함으로써 실제 원고에서 교정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2부 '목판인쇄 교정'에서는 '오륜행실도'와 '눌재집'의 교정 사례를 통해 책판의 수정과 인쇄 과정을 단계 별로 소개한다.

1932년 간행된 '회당집'은 조선총독부의 사전 검열을 받아 출판된 독립운동가 장석영의 문집이다. 회당집의 초고본, 검열본, 책판, 판교정본, 완성본을 전시해 일제 강점기 당시 출판 검열을 거쳐 간행된 문집의 사례를 소개한다.

3부 '활자인쇄 교정'에서는 '주역전의대전', '곡운집' 등의 교정쇄본과 '직지'를 통해 활자의 조판 기술 미흡으로 발생하는 오류의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장 마지막에는 책판 제작을 위한 작업 공간을 연출했으며 전시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맹창균 선생의 각자 시연도 진행된다.

우리 선조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는지를 '교정'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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