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충청일보=조신희 기자] 남자 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브이아이피(V.I..P)’가 새롭게 다가오는 건 캐릭터 모두 대립각을 이룬다는 것이다. 누아르 장르지만 ‘뻔’하지 않은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이종석)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장동건), 반드시 잡으려는 자(김명민), 복수하려는 자(박희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다.

128분의 러닝타임 동안 국정원 박재혁(장동건), 형사 채이도(김명민), 북한 공작원 리대범(박희순), 북한 고위층 자제지만 살인을 즐기는 김광일(이종석)의 감정 충돌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그중 이종석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눈에 띈다. 그는 우아하면서도 발밑의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김광일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탄생시켰다. 이종석의 열연은 보통 악역이 주는 강렬함에 나른함까지 더해져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연기한 장동건은 사건이 챕터마다 변경될 때 변화되는 대립관계에 맞춰 감정연기를 펼친다. 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나오고, 손질하지 않은 헤어스타일은 박재혁이라는 인물을 단번에 설명한다.

오로지 김광일만은 추격하는 형사, 채이도로 분한 김명민은 보는 사람마저 매캐하게 만드는 담배를 끊임없이 입에 문다. 누아르 영화에서 주로 다뤄졌던 형사 캐릭터를 김명민이 분할 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훈정 감독은 국가 이해관계 속 정치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스토리텔러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탁월한 기획력이 입증되는 순간이 아닐까. ‘브이아이피’가 8월의 마지막 여름날을 더욱 뜨겁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4일 개봉. 러닝타임 128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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