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

[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 드디어 문을 열였다. 생명문화도시를 이끄는 글로벌콘텐츠, 아시아를 읽는 생명공감. 2015년, 처음 젓가락을 주제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에 대해 지역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듯 싶었다. 지역과 젓가락의 연계성부터 한국의 젓가락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회자되고 언급되었다.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문화이지만 한국은 숟가락과 젓가락이 함께 쓰이는 수저문화라는 것이다. 처음 시도되는 것에 대한 신중함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지역의 여론을 뒤로하고 젓가락페스티벌은 화려하게 무대에 올랐다. 젓가락의 날을 선포하고, 한중일의 젓가락 신동을 찾아내고 학술심포지움과 젓가락특별전이 펼쳐졌다.

2016년, 필자에게 제2회 젓가락페스티벌에 전시와 학술분야의 큐레이터로 참여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015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책임큐레이터 자리를 고사했던터라 다시금 주어진 기회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기도 생기는 듯 했다.

당시 내 스스로에게 준 미션은 젓가락이 갖고 있는 무형적인 의미를 어떻게 유형화하여 전달 할 수 있을까였다.

이 지면을 통해 고백해야 할까? 사실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었지만 이 사람이 추진하는 일이라면...,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보았기에.

젓가락페스티벌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기획한 변광섭(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문화콘텐츠 팀장과 팀원들에 대한 묵시적인 믿음이었다.

하루 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니었다. 젓가락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책을 출간하고. 중간에 합류하게 된 필자의 기획방향은 젓가락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의미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할 것인가였다. 문화원형에 대한 본질을 어떻게 전달하고 전시의 스토리를 전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준비되어 있는 것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 그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젓가락에 인간의 일생을 담았다. 한중일 젓가락이 담고 있는 삶의 이야기, 탄생과 삶의 아름다움, 죽음까지. 마지막 문을 빠져 나올 쯤이면 한편의 소설을 읽은 듯한 감동을 주고 싶었다.

2016. 11월의 치열함을 기억한다.짧은 시간동안 전시장을 만들고 유물과 작품들을 나르고 전시하고. 기적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동안 지친 심신을 뒤로하고 하나가 되는 순간을 보았다.

추위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하나를 향해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즐기는 역동성이 있었다. 얼은 손가락을 호호불며 시연을 하는 지역의 작가와 명인들, 목이 잠겨가면서 열심히 설명하는 지역의 대학생들, 휴일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재단의 직원들..., 지역의 사람들이 보여 주는 힘, 바로 그것이었다.

매달 11일, 젓가락을 위한 모임이 결성되었다. 가능성에 대한 움직임이다. 어렵게 시민아카데미가 만들어지고 시민들이 참여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하는 오늘의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국내 최초로 젓가락연구소가 만들어지고 그 출발을 시작했다. 최초라는 말에 설레이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객원연구원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대한 질문도 던져본다.

젓가락콘텐츠가 대중들과 호흡하고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글로벌콘텐츠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원형에 대한 본질의 인식과 진정성 있는 전달에 있다고 본다.

3회를 맞이하는 젓가락페스티벌, 지역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로 가는 화려한 잔치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젓가락연구소, 문화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는 문화제작소로의 자리매김을 응원한다. 그리고 모듬어 안고 하나되어 가는 삶의 향기가 있는 공간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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