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은남 청주시 서원보건소 주무관] 본격적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때 이른 더위로 인해 더욱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여름철 질병 때문에 고생한 분이 있다. 바로 9대 성종 임금인데, 재위 기간 동안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가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 많은 병들 중에서도 특히 성종을 괴롭혔던 질병이 바로 서병(暑病)인데, 열한 살 때 한명회의 집에서 얻었던 질환이 매년 여름철만 되면 재발했다고 한다. 그 증상도 심해 종종 인사불성까지 갔었고, 흔히 두통과 감기와 설사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고 하니 결코 우습게 볼 병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얘기하면서 가볍게 여기는 질병이 바로 서병(暑病)인데, 몸에 열이 나며, 식은땀이 흐르고, 입이 마르며, 얼굴에 때가 낀다고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평소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폭염으로 더위에 많이 지치는 경우도 있고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더운 곳에서 일을 하거나 열심히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햇볕을 쬐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 증상은 대체로 처음에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속이 메슥거리고 구역질이 나며 어질어질한 느낌이 있게 된다.

열사병의 가장 큰 특징은 체온이 조절되지 않고 우리 몸의 온도가 41~43℃ 정도나 그 이상으로 매우 높이 올라가는 것인데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합병증이 없는 열사병은 몸을 식히는 땀이 분비되지 못해서 생긴다. 먼저 쓰러진 환자를 신속하게 서늘한 그늘로 옮겨 눕히고,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대주든가 찬물을 약간씩 끼얹어 줘야 한다. 또한 옷을 벗기고 머리와 가슴 부위를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문질러주거나 찬물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찬 음식을 즐겨 먹지 않도록 한다. 동의보감에는 차가운 물은 양치만 하고 뱉어버리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여름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앓고 있는 질병이 바로 여름 감기다. 여름철에는 땀구멍이 열려서 수시로 땀을 흘리게 돼 있는데 이때 에어컨 등으로 부자연스럽게 기온을 낮추거나 땀구멍 조절을 잘못해주면 냉기가 몸속으로 스며들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찬 기운에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으며, 평소에 면역력이나 저항력을 키워 놓는 것이 좋다.

청주시는 더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주요 교통섬에 그늘 천막을 설치하고 폭염 대응 행동요령과 운동요법, 경로당의 무더위 쉼터 시설 이용 방법 등을 적극 홍보 중이다. 보건소 방문보건 간호사들이 거동이 불편한 건강취약계층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한 맞춤형 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임산부의 경우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에너지 활동량이 커져 임신 전보다 더위를 잘 탄다. 임산부와 태아 모두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체력과 여름에 맞는 생활 습관으로 더위에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미지근한 물로 10분 정도 샤워하고 건조하지 않게 하고, 냉방 기구를 사용할 때는 실내 적정 온도를 지키고 실내외 온도차가 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노인과 만성질환자는 무더위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 폭염 속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갈증을 느끼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셔야 하며 외출 시에는 양산이나 모자 등을 착용해 햇빛을 차단하고, 한낮에는 가급적 일이나 외출을 피하고 휴식을 취해 건강한 여름을 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