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박지영 기자] 중국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들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22(二十二)'가 중국에서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중국 전역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2’는 17일 기준 누적 매출액 6,418만 위안 (한화 약 110억 원)을 기록했다.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우리는 중국에서 태어났어요(我们诞生在中国)’(매출액 6658위안)을 넘어선 흥행 기록 갱신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22’는 개봉 첫날 좌석점유율에서도 32.1%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초대형 화제작인 영화 ‘전랑 2’ 의 당일 좌석점유율 16.7%를 크게 앞서는 수치를 보였다.

 

중국 ‘위안부 피해자’는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큐의 제목 ‘22’가 의미하는 것은 2014년 촬영을 시작할 당시 중국 내 생존해 있던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의 숫자이다. 여기에는 한국인 박차순 할머니(2017년 1월 18일 별세), 이수단 할머니(2016년 5월 17일 별세), 그리고 하상숙 할머니 세 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2014년 촬영을 시작해 개봉까지는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제작비 부족이 가장 큰 난제였다. 2016년 10월 후반 제작비와 홍보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결국 3만 2,099명이 참여해 목표액인 100만 위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제작부터 촬영, 개봉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중국의 유명 감독인 펑샤오강 감독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영화인들 및 관계자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 개봉을 할 수 있었다.

한·중 공동제작 다큐멘터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제작에 참여한 한국의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대표 김원동)는 2015년에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극영화 ‘소리굽쇠’ 를 제작해 선보인 바 있다.

김 대표와 궈커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이후 ‘22’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21회 서울인권영화제, 제8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제38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다큐경쟁부문에도 초청되었으며, 2016년 'Chinese Visual Festivial'에서 관객인기상과 심사위원상을, 2016년 제1회 얄타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또 2016년 중국 우한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추천영화상을 각각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배급사를 찾지 못해 관객들을 만날 수 없는 실정이다.

김원동 대표는 “극영화인 ‘소리굽쇠’ 는 운좋게 배급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22’는 아직까지 배급사를 찾지못했다”며 “작품의 의의는 높이 평가하나 다큐멘터리 영화, 특히 ”위안부 소재“ 의 영화는 수익성이 전혀 없다는 게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에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중국에서라도 먼저 개봉되어 이처럼 훌륭한 성적을 거둔 것이 매우 기쁘지만 한국에서도 이에 힘입어 빠른 시일 내에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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