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젊은 가수 중에 눈길이 자주 가는 남자가수가 있다. TV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더니 며칠 전,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다고 한다. 내가 보는 눈이 있나보다. 다름 아닌 '정동하'라는 가수인데 노래도 잘하지만 노래하는 모습이 와 닿는다. 즉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힘을 주려고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신나게 놀 수 있으며, 그리고 그 좋은 결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대에서의 완급 조절이었다 한다.

 며칠 후면 대학은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가 시작되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그중에 4학년 학생들은 취업을 앞둔 학기이기에 마음까지 바빠지고, 학기도중에 조기 취업이 되어 자리를 비우는 학생이 있게 되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교수들도 1학기보다는 2학기에 덩달아 분주해지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수도권에 있는 모 대형병원을 갑자기 방문했다. 마침 방학이기도 하지만, 우리졸업생 몇 명이 취업해 근무 하고 있어 보고 싶기도 하고 그 병원 원장님께 드릴말씀도 있어, 당일 결례를 무릅쓰고 갑자기 방문하였다. 병원 현관문에 들어서서 원장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연말에 제일 늦게 취업한 S군이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보일 뻔 했다.

원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우연한 길에 들린 것처럼 저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멀리서 바라보다 왔다. 내려오면서 시집간 딸자식을 두고 오는 것처럼 한 명씩의 얼굴을 떠올리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원장님의 우리 졸업생의 대한 극찬이 의례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남자한명이 금년에 당장 필요한데 추천해준다면 학사 일정이 끝나는 12월까지 기다려 주시겠단다. 참으로 고맙기도 하지만 대단하신 분이다. 누구를 추천할까 하며 앞서 이야기한 남자 가수 같은 학생이 없을까를 떠올렸다.

 모든 대학의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취업만하면 모든 일이 성취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올인 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을 하고나면 당장 직면하게 되는 일(직무)과 인간관계에서 잘 적응해 나가는 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아마 매일매일 쏟아지는 공사간의 업무에 '경중완급'을 가리고, 힘을 빼며 유연하게 대처하며 적응해 나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나에게도 여전히 어렵고 힘들 때도 많지만, 이번학기엔 강의 외에 저들에게 일에 '경중완급'을 가리는 지혜와 유연함을 잃지 말라고 더욱 강조하리라 다짐한다. 그동안 나의 몇 십 년 동안 모아둔 하루일과 계획표를 보여주면서, 하루하루가 알차고 일에 허둥대지 않는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기위해 이번 2학기에도 일찍 연구실에 나가 하루하루를 계획하며, 저들에게 본을 보이는 리더의 한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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