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았다. 7월 초순부터 이미 전국이 30도를 웃도는 더위를 경험해야 했다. 덕분에 여름을 겨냥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달력을 보니 지난 8월 7일이 바로 '입추'였다. 8월 초부터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놀랍게도 8월 중순인 지금, 밤이 되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릴 것 같던 더위가 한 순간에 물러난 것이다. 성경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마지막 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사람들은 그날이 언제 오는지 궁금해 했다. 이런 제자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예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마 24:32)고 말한다.

 즉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가 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이제 곧 여름이 가까운 줄 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지막 날이 가까이 오면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곧이어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마 24:36)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 그날이 언제 올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이번에 우리가 겪은 계절의 변화가 바로 이와 같았다. 날 수로 계산하면 입추가 돼서 가을이 와야 하는데 날짜를 보니 아직 한참 더울 여름의 한복판이 아닌가?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어느덧 가을이 이미 찾아온 것이다. 가을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입추를 기점으로 계절은 변했다. 그런데 또 '그날이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에도 이러한 일들이 참으로 많이 일어난다. 어떤 일에 대해서, 혹은 어떤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에 대해서, 한 편으로는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답을 내릴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다. 문제는 그 일들 중 상당수가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라는 것에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것 같은데, 그런데 말로 하려니 표현이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그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 노력한다.

 그날이 언제 오는지 모른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날이 언제인지, 그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입추, 가을이 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여름은 끝났다는 사실이다. 가을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상관없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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