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살충제 달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발생한 AI(조류독감)로 천문학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어, 달걀과 병아리까지 수입한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또 이런 파문이 일어났기에 더욱 타격이 크다. 농가의 어려움과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유럽의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살충제 오염 달걀이 발견되어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보도되었을 때, 식약청은 우리나라에는 살충제 달걀이 없다기에 믿고 안심했었는데…….

 살충제 달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치 공장에서 달걀을 만들듯 비좁은 철재우리에서 키운 결과이다.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 암탉들이 끼어 살며 알을 낳고 있다. 예전에, 죄수의 목에 씌웠던 잔인한 칼 같다. 살충제 계란의 사태는 닭의 몸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을 없애기 위하여, 닭을 꺼내지 않고 살충제를 뿌려 계란까지 오염된 것이라니 어처구니없다. 이 사태로 속속 드러난 부실한 식품안전 행정의 실상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번에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비펜트린'은 이미 13년 전 허용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니.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대거 검출되었고, 그 절반 이상이 정부가 관리하는 위생체계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은 곳이라니. '냉장고에 있는 달걀은 어떨까?' 불안하여 '식품안전나라' 사이트(site)에 들어가 '살충제 검출 계란 검색'을 하니 '현재 부적합 제품이 아닙니다.'라고 나와 다행이었다. 전에는 난각코드가 있는 줄도 몰랐던 필자였지만.

 닭은 진드기나 벌레 등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흙먼지 목욕도 하여야하는데, 현실은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 사육되고, 살충제를 뿌리고 있으니 아무리 말 못하는 닭이라도 허약해지고, 기형(奇形)이 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하다. 지난 봄, 화분갈이를 하려고 마당에 고운 흙을 놓았더니, 참새 떼가 날아들어 흙 목욕을 하던 행복한 모습이 눈에 선하며, 닭들의 절규(絶叫)가 들린다. '암탉은 걷고 싶다. 날고 싶다. 살충제 대신 흙 목욕도 하고 싶다.'

 정부에서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제일 시급한 것은 좁은 닭장에 묶어놓지 말고, 좀 더 넓은 울에서 최소한 걸어 다니며 산란을 할 수 있게 하여야 하겠다. 이 시설도 전에 국가에서 권장한 것이라 한다. 다소 생산량이 줄고 사육비용이 더 들더라도 국민 건강과 동물 보호를 위해서라도 개선하여야 하겠다.

 비좁은 곳에 갇혀 있다 보니 점점 허약해진 닭이 해충은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면역력이 떨어진 닭들이 AI에 쉽게 감염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니, 올 겨울에도 AI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오랫동안 닭고기와 달걀을 먹어왔다.'는 허탈감과 불안을 근절시키고, 달걀뿐 아니라 모든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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