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올해는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다. 12가지 동물로 표현되는 십이지 신앙의 의미로 만들어졌다. 이 중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려 빛의 도래, 즉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신성한 12지의 하나다. 그런데 닭띠 해에 닥친 닭과 계란의 수난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닭의 해가 빛이 바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닭과 계란은 소중하게 여겼다. 특히 농촌에서는 귀한 대접의 대상이 되어 사위가 찾아오면 씨암탉을 잡아줄 정도였다. 생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의 하나로 닭을 키우는 양계도 빠지지 않았다. 닭과 계란 꾸러미는 오늘날과 달리 옛날 사람들에게는 경조사를 돕거나 선물로도 아주 쓰임새가 많았다. 게다가 닭의 울음소리는 시계 자명종 역할도 했다. 옛날 사람의 작품과 편지에 닭과 계란이 심심찮게 등장할 만큼 귀중한 자료로도 쓰였다. 그러던 닭이나 계란이 지금은 모두 수난을 당하고 있다.

 재앙 수준과도 같다. 특히 불청객 조류독감(AI)이 닥치면 어김없이 닭들의 애꿎은 산목숨을 땅속으로 묻었다.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계란이 수난을 당했다. 이번 파문의 원인이 어찌 닭과 계란만의 탓일까. 사람의 넘친 욕심이 빚은 결과가 아닌가. 자업자득인 셈이다. 사람 사는 환경만큼이나 닭의 사육 환경 역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는 계란은 1인당 1주일에 평균 5개꼴이다. 이처럼 우리의 식탁을 지켜온 계란이 살충제 파동으로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장은 예상했던 일이다. 전국 산란계 농장은 닭을 키우는 계사가 좁은 칸막이에 갇혀 있는 밀폐형이라서 닭들이 한 번 들어온 진드기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로 닭을 키웠다는 것이다. 계란 인증제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소비자를 위한 인증마크가 항상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 국가통합인증(KC)을 받은 제품이 문제를 일으켰다. 또 KS 인증을 받은 전국 학교의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번 정부가 지정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도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게 했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장들이 버젓이 독성이 있는 살충제를 써왔고 민간인증 대행업체는 이를 묵인해왔다.

 심지어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 살충제를 정부가 무료로 공급도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계란 껍데기 표시글이 유일한 판별 수단인데 이 표시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식약처는 계란 껍데기에 제각기 다른 표시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안했다는 것이다. 인증 업무도 민간업체로 넘긴 상태여 민간 인증업체와 지자체 공무원, 농가간 뒷돈거래 잡음이 끈이지 않은 것도 우선 개선이 필요하다. 당국이 현장을 무시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말로만 친환경 인증을 한 탓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민간에 맡겨놓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친환경 인증 제도를 이번에 전면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