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이른바 펫 다이어리(Pet Diary) 영상에 등장하는 강아지들의 행동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얽힌다. 적어도 강아지들의 행동을 관찰해 본 바, 집 강아지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인간에게 의탁하고 있으므로 거의 본능적으로 주인식구들에게 아부하도록 맞추어진 듯하다. 예를 들면 간식이 먹고 싶어 연신 꼬리를 흔들며 보채다가 간식 한 움큼 집어 들면, 세상 그것만 기다렸노라는 듯이 충성맹세하며 품에 안기다가도 손안에 든 맛있는 것이 이미 다 떨어진 것을 인지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제 갈 길로 뛰쳐나간다. 잠깐이지만 순간 일어나는 섭섭함과 배신감에 작은 몸서리를 친다.

 우리 인간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를 돌아보면 비슷한 일들이 다반사로 겹쳐 일어난다. 이전 정권의 문체부 수장으로 일한 두 사람의 행보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현재까지 영어의 몸이 된 한 사람은 길들여진 집토끼 마냥 올바른 가치판단을 따르지 못한 것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다른 한편 최고 권력자에 대해 야생의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의 모습으로 의연히 불의에 맞서서 우리를 박차고 나온 또 다른 사람은 참다운 자연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도 재판 중에 있는 국정농단에 관련된 다수의 관련자들 역시 똑같은 상황에서 비교된다. 특히 권력에 길들여지는 것은 본인뿐 만 아니라 상위의 권력자, 나아가 그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까지도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늘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5.18 민주화의 요구 시위를 총칼로 진입한 당시 전남의 한 경찰국장은 시민을 향해 발포하고 진압에 앞장서라는 신군부의 불의한 명령을 온전한 사람의 모습과 판단으로 정면으로 거부한다. 무자비한 군인들의 진압방식을 정면거부로 맞선 숨은 영웅은 후일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해 순직하지만 경찰의 본분을 다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참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대학의 참다운 민주화를 위해 길들여진 개가 되지 않기 위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귀중한 목숨을 걸었던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치열하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한 대학 교수의 희생으로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이 있다. 수십 년을 인간의 목소리로서 목숨 건 투쟁으로 대학민주화를 일궈낸 강원도 한 대학교는 대학민주화의 상징으로 남을 만하다.

 경찰이든 대학이라는 조직이든 사람들이 모여 뜻한 바를 일구어 나아가려는 곳이라는 점에서 서로 결코 무슨 특별난 조직이 아니다. 어느 조직과 단체이든 다 사람들의 선한의견과 의지로서 목적한 바를 지향하여 일구어 나아간다는 데에서 특별한 다름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불의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더 이상 길들여지지 않은 건강한 야생의 순수함이 지켜지는 것은 늘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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