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난데없는 살충제 달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유럽 발 달걀에서 촉발된 사태는 급기야 국내산 달걀에서도 붉어지면서 소비자의 불안을 키워만 가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AI파문으로 두 배가 넘는 계란 값 파동을 겪으면서 계란을 사재기하는 등 난리 법석을 떨었는데 뒤이어 터진 살충제 달걀사태로 우리의 식탁과 양계산업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대략 5가지로 비펜트린과 피프로닐, 플루페녹수론과 피리디벤, 에톡사졸 등인데 모두다 살충제에 해당돼 인체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두통과 구토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들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잔류 허용기준이 규정 제시된 성분은 비펜트린 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13년 전인 2004년 정부는 비펜트린의 허용기준을 kg당 0.01mg으로 정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잔류성분 검사에 나선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 먼저 문제가 된 피프로닐의 경우에도 국제적으로 kg당 0.02mg 이라는 기준치가 분명하게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예 무시되고 있었다. 검사항목에 농약성분이 포함된 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동민의원의 지적이 나오고 반영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살충제 달걀이 생산된 농장의 59%가 해썹 (HACCP) 인증 농가라는 것이다. 해썹은 식품의 원자재부터 생산과 제조, 가공,  조리, 유통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위생관리 체계로 사실상 현재 식품산업에서는 최고의 위생 상태를 규정하는 조건이라는 데서 충격이 더 크다.

 금년도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닭 진드기 감염 예방을 위해 60%가 넘는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서울대학교의 조사 결과를 식약처에 전달한 바 있으나 정부 당국은 이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여기에다 친환경인증 농가의 경우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관리하는 등 관리체계마저 이원화되었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인증기관에 취업하면서 농피아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등 총체적인 부실사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살충제 달걀사태가 붉어지면서 식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이번 사태로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그동안 서민들의 대표식품이었던 달걀소비는 급감하고 달걀의 대체식품으로 두부와 우유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하루에 4천만 개를 필요로 하는 계란산업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이번기회를 통해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국민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담보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 철저한 농장관리를 위한 이력제를 접목해야 한다. 그런 다음 철저한 인증과 잔류성분 검사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사육농가에 당근과 채찍으로 시행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기반이 다져지고 있는 동물복지형 축산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선행되어 국민들의 먹거리가 최적의 환경에서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장기적 근본 대책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중요한 먹거리로 늘 우리 곁을 지켜오던 달걀이 살충제라는 장벽을 만나면서 위기에 처해있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기회로 달걀이 완벽한 완전식품으로 식탁에 올려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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