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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민주노총노조의 역할
안상윤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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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3.16  1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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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요즘 민주노총의 내부 사정이 영 말이 아니다. 노조 간부의 여성 조합원 성폭력 사태로 불거진 조직의 혼란이 수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조 대의원들이 도박판을 벌여 사회적 지탄을 받는가하면, 영향력 있는 단위 노조들은 연대를 철회하고 있다. 도덕성과 선명성을 내걸고 1995년 출범한 이후 근로자의 지위향상과 권익보호로 다수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온 민주노총은 그동안 비대한 힘을 이용하여 마치 절대군주와도 같은 권력을 휘둘러 왔다. 그리고 이제는 자중지란에 빠져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빈사상태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노총이 오늘에 이르러 불행한 사태를 맞이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연성 없는 투쟁일변도의 조직운영 과정에서 불행의 씨앗이 잉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새 집행부를 구성할 때마다 폭력이 난무하고, 노조간부가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는가 하면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 투쟁을 일삼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조의 중요한 무기인 타협을 잘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그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던 일부 진보 성향의 대중들이 등을 돌리게도 만들었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한 조직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함으로써 노동자사회 안에서도 불만을 샀다. 그들은 거대한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극한투쟁을 벌이면서도 하청업체나 계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권익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귀족노조니 노노간 양극화와 같은 부정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히, 민주노총의 과실로 정치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치가 인간의 생활과 지위를 규정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유리한 사회개혁 차원에서 정치문제에 접근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지위향상과 관계없는 정치적 사안에 자주 개입함으로써 조직 자체가 정치 지향적이 되는 비정상적인 운영 상태를 노정시켰다. 이것은 노조 본연의 임무인 노동자를 위한 대변 기구로서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대변화 속에서 민주노총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노조로 재탄생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강경파의 목소리가 있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의 조직운영으로는 조합원이나 대중의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강하다.
노조도 시대의 산물인 만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역시 경제부터 살리려는 의지를 보일 때 사회적 성원이 뒤따를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나 금융권과 같은 귀족 노동자를 위해서만 일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상대적 약자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직성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히 우리 사회에는 보수적 성향의 한국노총 노선에 반대하고 민주노총의 진보적 노선에 동조하는 다수의 대중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노동인력들은 이념적 이해에 관계없이 복지사회에서 유복하게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 일변도의 조직운영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지혜를 발휘해 현실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조가 일단 파업에 들어가면 그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은 그래도 대중들의 지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중들의 노조에 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든 조직이든 절대 권력은 부정과 부패를 낳고 결국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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