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출신…여수엑스포 성공개최 주도

김병일 여수엑스포 사무총장 인터뷰


김병일이라는 이름 석자는 이미 '충북의 브랜드'라 여겨진다.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발탁해 오늘에 이른다는 것도 익히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단지 (이 대통령을)열심히 보좌했을 뿐"이라며 변함없는 충성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충북이 낳은 몇 안 되는 인물로 보이는 그는 '충북의 글로벌브랜드화'를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한다. 글로벌 마니아인 그의 생각을 정리했다. / 편집자 주



■세계적인 국제행사 유치야 말로 충북의 지향점

여수엑스포. 사실 여수는 인구 30만이 채 안 되는 중소도시다. 그것도 전라도 저 끝에 있는 바닷가 도시. 그런 여수가 세계 3대 축제라는 엑스포를 유치하면서 현재는 '모르는 이' 없는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즉, 여수라는 브랜드 가치는 이미 우리나라 제1의 도시 서울특별시를 육박할 정도.
공교롭게도 내륙도로 '아는 이' 없는 충북, 그런 충북출신이 바로 여수엑스포의 성공을 주도하는 김병일 사무총장(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는 155만 충북의 미래 발전 동력을 30만 여수엑스포에 맞춰야 한다고 단언했다.
"제가 고향 일에 관심이 많다보니 여러 가지 안 해도 될 고민들을 많이 해요.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 말이죠. 남들이 들으면 웃고 넘길 일이지만 제가 이 대통령님을 서울시에서 모실 때 그분이 항상 현재보다는 미래를 중요시 하시는 모습을 자주 뵈었거든요. 그때 배운 게 몸에 배서인지 저도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지려고 무던히 노력한답니다. 하하하"
'이명박 맨' 다운 첫 마디였다.
"제 생각이지만 충북은 이제 글로벌브랜드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 세계인들이 충북하면 '모르는 이'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얘기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수엑스포가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 전쯤 됐을 거예요. 충북이 동아시아대회 유치를 선언한 것 말이죠.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 했는데 요즘은 그 얘기가 쏙 들어간 것 같아요. 언론에 공표도 하고 했는데 왜 추진을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의 조언에 기자는 뼛속 깊숙이 스며드는 희열을 느꼈다. 생각이 같다는 게 이렇게 속 시원할 수 없었던 것.
도세가 약하다는 말은 이제 접어야 합니다. 그 흔하디흔한 제대로 된 종합운동장도 없는 충북이지만 세계적인 스포츠축제 또는 세계적인 경제축제 유치에 눈높이를 맞추다 보면 반드시 미래가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이템은 무궁무진해요. 충북 청주에서 또는 충주나 제천에서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가 열리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이후 글로벌 브랜드의 육성과 세계 시장 속의 한국 브랜드 구축이라는 기업비전(company vision)의 공론화 과정이 확산된 바 있다. 이는 현재도 진행형. 글로벌브랜드화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글로벌 브랜드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하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통일된 글로벌 이미지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즉, 하나의 브랜드가 한 지역 혹은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의 많은 소비자들에 의해서 소비될 때 우리는 이를 글로벌 브랜드라고 정의하죠. 일반적으로 글로벌 브랜드는 판매대상 지역이 균형적으로 이뤄져 편중되지 않으며,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보다는 유사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마케팅 의도가 선행돼야 해요.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가 공통된 욕구를 지향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략적 표준화 개념만을 적용시키지는 않습니다.
시장의 상대적 차별화를 통한 다양성과 지역성을 포괄할 수도 있죠. 글로벌 브랜드는 대체로 실질적이며 혜택 지향적입니다. 혜택의 대상은 기업, 국가, 소비자 등으로 구분하죠. 특히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세계적 이벤트의 스폰서십 등과 같은 프로모션에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이러한 프로모션은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진입을 위해 더 나은 조직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수업시간인가! 한참을 그의 강의를 들으며 잠시 기자는 딴 생각도 했지만 논리 정연함에는 이내 혀를 내둘렀다. "졸고 계시는 듯 해 그만하렵니다. 하하하" 그는 눈치도 빨랐다.


▲ 김병일 사무총장이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본보와 인터뷰 하던 모습.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그가 여수엑스포 조직위 사무총장에 취임한지는 벌써 10개월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그는 기자가 찾은 날도 배짱 좋게(?) 30여분을 기다리게 했다. 시간의 쫓기는 직업(기자)임을 잘 아는 그(서울시 대변인출신)이기에 잠시 야속도 했다.
"전 정부가 여수박람회를 유치하는 데는 집중했지만 유치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백지상태였어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2012여수세계박람회 기본계획'을 만들어서 지난해 11월25일 정부 계획으로 확정했고, 12월2일에는 bie(국제박람회기구)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큰일을 했다고 나름대로 평가합니다. 특히 bie 인증 시기를 다른 개최국에 비해 약 1년 정도 앞당겼기 때문에 그만큼 박람회장 준비나 참가국을 유치하는데 시간을 벌었어요. 여수박람회는 세계적·인류적 차원의 관심과 함께 새 정부의 국정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차원에서 전체적 기조를 '해양녹색경제(blue economy)의 새로운 창출'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시설조성 측면에서는 '미래 녹색산업의 견본 시' 전시 콘텐츠 측면에서는 '50년 후 미래해양과 미래인류의 만남'을 연출할 계획 이예요. 이를 우리의 우수한 문화자질·it(정보통신)기술 그리고 수준 높은 디자인 등으로 표현할 계획입니다"
화제를 다시 고향으로 돌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충청권 발전동력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속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어 이에 대한 대통령 측근의 얘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인사 등 충북홀대 문제도 포함해서.
"제가 고향 분들을 만나 대화할 때 마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충북 홀대'예요. 일정 부분 논리적이기도 하고,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홀대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며, 그 이유는 자격이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우를 못 받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때로는 자격이나 경쟁력 자체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소외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어떤 경우든 지역리더십, 특히 중앙과의 소통과리더십 등이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데, 충북의 경우 이것이 매우 허약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지난 4·9 총선 당시 청주 흥덕갑 선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공천이 번복되면서 쓴 잔을 마신 바 있다. 이에 대한 얘기도 많을 법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청주'라는 사인보드만 봐도 가슴이 설렙니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면서 접해본 고향은 안타깝게도 '지역발전문제' '충북 홀대' 그리고 '패배적 의식'이 주류를 이루더라고요. 저도 책임을 느낍니다. 중앙공직에서 30년 근무했고 또 지역의 선도 역할을 맡아보겠다고 했던 사람으로서 말이죠. 선거요? 당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홀연히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저의 진정성을 고향 분들이 이해주실 날이 올 것이고 그때가 바로 지역을 위한 일꾼의 길을 걷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겁니다"
총선 출마 명단에 이름을 올려서인지 그의 향후 행보도 궁금했다. 아니 자세한 얘기가 듣고 싶었다.
"집요하시네요. 하하하. 주위의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권유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에 관한한 아무런 계획이 없어요. 제가 짧게 경험한 정치라는 것은 '소명의식'이나 '무한봉사정신'이라고 봤습니다. 한자리 차지하기 위한 정치는 배제돼야 한다는 게 소신이죠. 그런 측면에서 '다음에도 국가나 지역이 저를 필요로 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고향발전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를 두고 '현 정부내에 한번은 긴요하게 쓰일 사람'으로 말하는 이가 많다. 그도 조급하게 생각함 없이 그때를 조용히 기다리는 눈치였다.
"또 뭘 물어보시려고 합니까?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입니다. 제발! 아셨죠?"
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기자는 왠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한다는 생각에 다음 행선지로 옮기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서울=김성호기자

※ 김병일 사무총장은
▲1957년 청원 출생 ▲청주 중·고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사이타마대학교대학원 정책학 석사 ▲파리 소르본느대학교대학원 국토개발 및 도시계획학 박사 ▲행정고시 22회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사무관, 서기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부이사관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추진단장 ▲서울시 대변인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장 ▲서울시 경쟁력강화추진본부장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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