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누구를 막론하고 적어도 인간인 이상 다른 사람에게 맹종(盲從)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건 자기 자신의 구김 없는 의지만큼 신성한 것이 있겠는가. 우리가 범하는 과실이야 말로 모두가 자기의 입장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고 하는 데서 싹트는 것이다." 에머슨의 말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라." 이 원칙은 인간관계의 필수 조건이다.

 인간적 성숙(人間的 成熟)에서 오는 움직일 수 없는 미덕(美德)의 하나는 남이 무엇이라 하건 자신의 신조를 정립할 것,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그 신조를 바꾸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말을 사용하는 뛰어난 동물이다. 이 말은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가장 나쁜 것은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남의 말을 간단히 믿어 버리는 태도다.

 사회생활에 있어 헛소문이나 유언비어 등의 데마(demagogie)가 유해(有害)함과 같이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데마가 마이너스 작용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릇 데마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사이에 증폭(增幅)되고 침소봉대(針小棒大)되며 흥미나 원망(願望)이나 유추(類推)가 어느 사이엔가 사실로서 말해지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잘못 때문에 악인(惡人)이 영웅이 되고 저속한 인물이 신격화(神格化)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태를 자기 눈으로 확인 하려는 용기를 상실한 채, 남을 헐뜯거나 근거 없이 칭찬하는 각종의 데마를 그대로 믿어 버리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인간의 마음에는 사탄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까. "말은 지도지 현지가 아니다." 이 원리를 분명히 알고 말과 사실을 대비하고 이를 확인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베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한 집단의 리더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가볍게 믿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하는 속담도 있다. 소문이 맞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본인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문제에 대해서 리더는 선입관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사실을 확인한다고 하는 확고한 태도로 일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분명히 확인하지 않을 때 데마를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리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에 깔려 있을 때 언젠가는 그러한 생각을 토대로 한 엉뚱한 결론을 내리게 될 위험성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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