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겨울도 아닌데 웬 크리스마스 타령이냐고 할 것 같다. 어떤 분은 "아 그 영화"하며 배우 한석규와 초원사진관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캐럴 송을 흥얼거리며 산타클로스를 상상할 것도 같다. 얼마 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저녁 청주아트홀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음악회가 있었다. 청주시복지재단의 주관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힐링 나눔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2014년부터 청주지역의 복지기관과 시설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주시와 SK하이닉스, 충청북도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금년부터는 청주남성합창단과 소리그룹 아리솔의 축하공연도 곁들였는데, 당일 아트홀 로비에서는 3000원 미만의 생필품을 기부 받아 청주지역아동센터 등에 전달하여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행사장은 객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시작은 그렇게 조금은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공연자들이 전문예술인이 아니고, 관중들이 어린 학생들이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휘모리예술단을 시작으로 청주지역아동센터연합회의 꿈의 오케스트라, 청주맹학교의 콰이어차임 앙상불의 공연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객석의 관중들도 연주에 동화되어 함께 박수치고 환호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출연진 200여명이 모두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라 객석의 관중들과 함께 캐럴 송을 부르며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필자는 무대의 한쪽에서 캐럴 송을 부르며 무언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그 순간 무대 위에 서있던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은 평생 잊지 못할 벅찬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 부른 객석의 관중들 또한 그 순간만큼은 장애가 있던, 가정적 결함이 있던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의 사랑과 희생을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그 날의 음악회가 그랬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고, 작은 금액이지만 기부물품을 주고받으며,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최근 증세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고소득자와 고소득법인에 대한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조세저항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많이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가 노력해서 벌은 것이고 낼만큼 내고 있는데 왜 더 내야하느냐고 할 것이다. 물론 법으로 강제한다면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1억 원 이상 기부금을 낸 고액기부자모임이 있다. 그들은 그저 즐겁기 때문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것이고, 기부를 통해 더 행복해 지고 싶다고 한다.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고 나누는 것이 행복해서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나눔이 행복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8월의 크리스마스 음악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잠시나마 나눔이 행복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조용히 캐럴 송을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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