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두 달 간의 여름방학을 마치고 우리대학에서도 이번 주에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방학 국제교류실 최대의 이벤트는 해외자매대학 초청연수였다. 개강을 불과 1주일 남겨놓고 큰 행사를 치르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최근 북한 정세가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참가자가 나올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완전히 내 기우였다. 대만, 중국, 일본 3개국, 여섯 개 대학에서 총 53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여 생각지도 않은 "역대급"의 대성황을 이룬 것이다.

 나라별로 참가자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일본이었다. 그중 90%를 여학생들이 차지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뭐니?"라고 물어보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서 "한류가 좋아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한류가 최고 관심사다. 밤이나 낮이나 한류 없이는 밥맛도 없고 사는 보람을 못 느낀다고 하니 이 정도면 "완전히 미쳤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가 연수를 받으러 온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자나 깨나 "나만의 님"만 생각하고 있으니 우리가 애써 준비한 한국어수업도 산업체 견학도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일본의 한류붐은 2002년의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불을 붙였다. 21세기를 맞이해 새 천년이 막을 올리는 시점에 순백(純白)의 눈처럼 깨끗하고 애틋한 사랑에 일본인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매료되고 열광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패션, 음식까지 진출한 한류의 발전상은 놀랄 정도다. 그동안 장르가 다양화되고 그 규모도 커지하면서 이제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급성장했다.

 그들이 가져다 준 경제적 효과 또한 어마어마하다. "내 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어렵게 티켓을 구하고 비싼 비행기 삵, 숙박료를 내면서 한국을 다녀가는 것쯤이야 그들에겐 일도 아니다. CD, 브로마이드는 말할 것도 없고, 티셔츠나 화장품 등,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미지가 붙은 상품이라면 길을 걷다가도 무조건 달려든다. 연수 프로그램 중 가장 인가가 높았던 명동 쇼핑 타임이 끝날 때 집합장소에 모인 학생들의 양손에는 형형색색의 캐릭터 상품이 가득한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한류 산업만큼은 불황과 거리가 먼듯하다. 국경을 넘어 불철주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한류스타들에게 정부에서 공로상이라도 줘야 되는 판이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의미에서 한류는 웬만한 정신과 의사보다 낫다.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아무리 부모가 반대하고 말려도 한류의 종주국이 그리워서 목숨 걸고 오는 그들을 봐라. 우호도 친선도 뒷전이고 툭하면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불신과 갈등만 부추기는 삼류 외교관보다 한류가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고된 삶에 허덕이고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지복(至福)의 순간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본다면 현대사회에서 한류는 종교적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경제보다 한류가 먼저 한국을 선진국의 대열에 올려놓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