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벼르던 영화가 종영되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다음 영화의 티켓을 구매했다. 혹성탈출이다. 인간이 유인원을 이용해 치매치료제를 연구하다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한다. 그로인해 유인원은 날로 진화한다.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리더 시저는 유인원을 몰살하려는 인간군 대령에 의해 가족과 동료들을 잃고 분노한다. 대령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고 믿는다. 대령은 시저의 아내와 아들을 무참하게 죽인다. 시저는 더 이상의 자비와 공존은 없다며 대령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유인원이 월등해진다고 믿었지만 동물원의 우리에 갇혔던 유인원은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다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는 진정한 진화가 이루어진다.

 설원에서 눈사태가 나지만 유인원은 높은 나무에 올라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인간들은 끊임없이 유인원을 찾아 나설 것이며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여 그들은 우림에서부터 광활한 설원을 거쳐 결국 꿈꾸던 사막 너머의 유토피아를 찾아낸다. 평화로운 그곳에서 시저는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은 그 누구와도 공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얼떨결에 본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앞에서 인류의 삶을 되돌아본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자신들만이 특별한 민족이라며 힘없는 이들 위에서 군림하려 하지 않았는가. 인체 실험의 대상으로 삼기도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노예처럼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영화는 전쟁피해자의 목소리를 그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만나 공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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