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말과 글이 하루를 채운다. 누군가와 수시로 말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비록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발달이 독서 인구를 감소하게 만들었다지만 차 안에서, 길에서, 사람들은 책 대신 스마트 폰 속의 글을 열심히 읽는다. 세상에 떠도는 글과 말을 다 보고 들으려면 일과를 포기할 정도이며 방송이나 신문 속은 언제나 말의 풍년이다.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후, 말을 배웠고 학교에 다니며 글을 배웠다. 살아오는 동안 항상 곁에 있었다. 그런데 말을 하거나, 듣거나, 글을 보거나 쓰기가 점점 어렵다. 특히 감추거나 왜곡되었던 사실이 드러나는 소식이 전해지면 더욱 입을 다물거나 눈을 감는다.

필자는 언론이 하는 말을 대충은 믿고 살았었다. 최소한 2014년 4월 16일 아침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그날 이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대다수의 방송사와 해당 신문사를 믿지 않는다. 언론도 거짓말을 한다는 증거를 확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국민이라는 두 글자를 들먹거리는 정치인의 속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아쉬울 때, 다급할 때, 억지를 쓸 때마다 이용하라는 국민인가. 대다수 국민은 국민이라는 말이 정치인에 의해 남용되고 오용되는 현실이 불편하다. 터무니없는 주장과 흑심을 품은 자가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려는 애먼 국민을 거듭 이용하는 것이 혐오스럽다. 국민은 궁할 때마다 들추는 그들의 궁한 백성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한 사람인 국민이길 바란다.

새 정부의 부처들도 국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국민을 강조한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제안과 심사, 결정을 국민에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그렇고 환경부와 외교부도 국민이 공감하고 국민이 함께하는 정책을 강조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 누구보다 국민이 우선되길 바라나 국민은 양치기 소년이 사는 마을 주민 같은 심정이다.

대선 후보토론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들었을 때도, 그리고 그들의 토론을 들었을 때도, 이건 뭐지, 라는 의혹을 강하게 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 누구도 이렇다 하게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이는 없었다.

지금도 필자는 4차라는 산업혁명에 대해 우매하다. 지하철역의 매표창구에서 표를 살 필요가 없고 버스를 탈 때 현금 대신 교통카드 칩이 내장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많이 편리하다는 것만 안다.

편리를 앞세우다가 개인의 사생활 노출과 정보는 무시로 유출될 것이며 내 스마트 폰이 나를 감시하므로 나는 곤란에 빠질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나 무감각이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믿음이 흔들리는 세상. 바른 말과 글을 찾아 헤매지만 날이 갈수록 어려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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