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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 옛터에 올라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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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7  14: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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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9월에 접어드니 내 마음은 수구초심(首丘初心), 그리운 고향 언덕으로 달려간다.?내 고향은 충북선 보천역이 자리한 음성군 원남면 보천리, 마을 앞에는 작은 동산이 자리하고, 동산 옆으로는 충북선이 지나며 저 멀리에는 백마산이 수호신처럼 우리를 감싸 안고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고 저마다 소원을 빌며 한해가 시작되었다. 동산에는 초시(初試)에 급제하신 조부님께서 난정(蘭亭)이란 정자를 세우시고 마음 맞는 팔도 유생들과 봄, 가을로 시작(詩作)을 하시며 백마산 풍월주인(白馬山 風月主人)으로 일제시대의 암울했던 세월을 보내셨다.

 6·25전쟁 후 정자는 보수를 못한 채 자취를 감추고, 어린 시절에는 동산에 올라 병정놀이로, 꿈 많은 청소년기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내일을 설계하고, 꿈에 벅차기도 하고, 때로는 멀어져가는 기적소리를 들으며, 좌절과 울분을 달래기도 한 내 마음의 안식처였다. 동산에서 뛰놀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반세기가 가까워오니 "인생은 흰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과 같다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驅過隙 )"고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지적한 십팔사략(十八史略)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진달래 피는 봄이면 벗들과 어울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집에 돌아가면 된장찌개를 끓여 놓으시고 기다리시던 어머님께서는 저희들 곁을 떠나시고, 다정한 벗들은 저마다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 만날 길 없고, 산업화의 물결 따라 동산은 허리가 잘리고 외곽도로가 개설되어 추억 어린 동산과 정자는 옛 모습을 찾을 길 없으니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라고 노래한 노산 이은상의 시가 생각난다. 출람지예(出藍之譽)를 보람으로 교직에 몸담아 보낸 30년 세월, 객지를 떠돌다 지난 99년 고향에는 첫 근무로 음성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시던 고향의 정(情)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 이곳 보천에서 태어나 고향의 품속에서 자랐고, 먼 훗날 이곳 백마령 자락의 선산(先山)에 묻히려니, 미력이나마나 고향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마음먹고 고향을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리라 다짐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그 후?청주시 청운중 교장과 모교인 청주고 교장을 거쳐 과만(瓜滿)으로 정년을 맞아 교단을 떠난 지 13년이 된다. 한가한 시간이면 마음은 늘 고향의 동산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니 나이가 들면 추억에 산다 했고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그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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