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우리는 대부분 학교를 다니면서 과학수업 시간을 통해 일식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일식이라는 것은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으로 위치하게 되어 지구 쪽에서 볼 때 달이 태양을 가리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것은 지구를 공전하는 달이 태양면을 가로지르면서 달그림자로 태양을 가리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달이 태양을 전부 가리는 경우가 개기 일식, 손에 끼는 반지 같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가리는 경우가 금환 일식, 그리고 태양과 달의 연장선이 완전한 일직선이 아닌 곳에서 달이 태양을 부분적으로 가리는 경우가 부분 일식으로 구분된다.

 이번 8월 21일에 미국 서부 오리건 주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르는 일직선에 걸쳐 넓은 지역에 대규모로 이루어진 개기 일식은 드문 경우이다. 보통 일정한 지역에서 개기 일식이 한번 발생하고 다음 개기 일식이 다시 관찰될 때 까지는 보통 300년이 걸릴 정도로 희귀한 경우이다. 그만큼 저 멀리 있는 태양과 지구를 공전하는 달과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일직선이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설상 개기 일식이 관찰된다 하더라도 개기 일식의 지속시간은 최대 약 7~8분 정도로 관찰된다. 이렇게 짧게 관찰되는 것은 달그림자가 급속히 움직이기 때문인데 달이 상대적으로 빨리 움직이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우리 주변에서 가끔 드물게 일어나는 일식이라는 특이한 자연 현상을 예전에는 과학적인 진실을 왜곡하면서 왕권의 권력 유지 등에 이용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동·서양적으로 가끔 있었다. 천문학적으로 일식이라는 현상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이기 때문에 낮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낮이 밤처럼 어두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낮에 갑자기 어두워지는 기이한 하늘 현상을 대부분의 국가들은 불길한 징조로 여기면서 이런 현상을 미리 예견한 사람, 즉 그 당시 과학자들을 박해나 처형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16세기의 지동설을 밝혀낸 폴란드 태생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같은 선각자들이 국가나 종교단체로부터 억울한 박해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1432년 정월 초하루 세종 때의 서운관들이 중국 천문관의 일식 시간의 예견대로 일식을 예견하다가 북경과 한양간의 경도와 위도 차이로 인한 일식 시간의 오류가 발생하여 일식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을 직접 참관한 세종대왕께서는 사헌부에서 예측 잘못한 서운관들에게 큰 벌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였으나 서운관들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천문 관측도구와 자료를 한반도 중심의 우리 것으로 만들라는 어명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1434년에 장영실 중심으로 개발된 앙부일구를 비롯한 수많은 천체 관측도구와 자료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보존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더라도 우리는 그 당시 세종대왕이 얼마나 미래에 대한 혜안이 있으며 우리 역사에 위대한 지도자인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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