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재석의원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출석인원의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 처리된 결과를 놓고 낯뜨거운 책임공방이 난무하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더불어민주당은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야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추미애 당 대표는 "민주당 120명 의원은 전원 표결에 참여했고, 당 소속 국무위원까지 오셔서 투표에 참여했다"며 "이 사태는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에게 분명히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제1야당임을 자처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번 부결은 오만과 독주를 멈추라는 민의의 경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여소야대 현실은 까맣게 잊고 지지율에 취해 여당이 결정하면 야당은 무조건 쫓아와야 한다고 보고 있어 협치가 실종됐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로 복귀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표결 직후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같은 설전을 주고 받는 동안 언론은 각 정당의 손익계산 보도에 바빴다. 매체들은 일제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중소기업부 장관 청문회 의결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추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단연 국민의 당이었다.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로 국민의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 그리고 내년도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심스럽다는 평가까지 곁들였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자체로 헌법기관이다. 한국정치의 대표적인 폐단 중 하나가 당론을 따라가는 의원들의 행태다. 물론, 정체성을 중시하는 정당정치의 특성상 어떤 사안에 대해 일관된 키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모습들은 '패거리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여당으로부터 터져 나온 '거래설'이 그를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하다. 국회협상의 키를 잡고 있는 원내대표단들이 특정 정당과 '누구를 양보하면 누구는 해 주겠다'는 식의 협상설이 사실이라면, 국회는 더 이상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힘겨루기에서 주고 받는 후보자 인사라면 처음부터 단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

북한 핵 문제와 사드배치, 미국발 무역주의와 통상압력, 중국의 보복조치 등 범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생문제나 경제활성화 또한 누구보다 먼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곳이 국회다.

대안도 없는 반대, 힘으로 밀어부쳐보겠다는 계산이 만연하는 한, 국회는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어떤 이유로든, 이번 사태를 보며 국회는 셈법을 떠나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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