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시대마다 다른 유행어가 탄생하고 그 유행어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유행어는 '욜로'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인 YOLO는 '당신은 오직 한 번 산다'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한 번뿐인 각자의 인생을 의미 있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일부 청년층에서는 그 의미가 왜곡되어 '한 번뿐인 인생 맘껏 즐기자'로 해석하여 미래보다는 현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족을 겨냥한 관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업체의 상술에 편승하여 욜로병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도 근심이 깊어간다. 그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취직할 생각은 않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면서 부모의 카드를 긁어댄다. 그러니 이런 무분별한 소비 행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음대로 여행을 떠나고,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도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친구들은 욜로를 외치면서 방학이면 유럽여행을 가는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느끼는 자괴감. 왠지 자신이 초라하게 생각되고 애먼 부모를 원망해 보기도 한다.

 진정한 욜로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미래도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 욜로가 가지는 의미는 '단 하루를 살아도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살자. 그래야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혼밥·혼술 시대에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자유와 독립된 생활을 꿈꾸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욜로를 표방하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기를 꿈꾸고 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얽매어 있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주며 유행한 욜로. 욜로족은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막연한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현실을 외면한 채 현재의 즐거움만 좇는다. 그것이 충동구매나 과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자조적  말까지 나오겠는가. 욜로 라이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미래를 포기한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변형된 욜로 현상이 단순히 청년들의 탓이기만 할까. 내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자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양 행동하는 심리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도 개연성이 있다. 희망 없는 내일,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기성세대들이 반추해 보아야 할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생각하고 희망을 꿈 꿀 수 있는 사회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때 비로소 청년 개개인이 진정한 욜로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사회적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청년들은 무작정 욜로를 외치기보다 진정한 욜로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연습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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