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지난달 말일(8월 31일)은 무거운 날이었다. 여름이 가는 막바지 달이라 무더워서도 폭우가 쏟아져서도 아니고, 정부의 인구통계가 발표되면서 우리나라가 UN에서 정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이상)에 진입한 것이 공식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내년 2018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그것도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인구학자들의 경고에 따르면, 2026년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2050년경 세계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론 이대로 가다가는 초고령사회 진입도 1, 2년 조기 달성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

 고령화가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세월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에 우리 모두는 불안한 것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몇 나라의 사례를 보며 우리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사회적 재원을 총동원해서 인구의 4분의 1인 노년층을 지탱하고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에의 재원이 노년층에 집중되다 보니 청년을 위한 정책이나 재원마련은 더욱 힘들어지고 청년들도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도 못하고, 결혼을 못하니 아이도 낳지 않는다. 청년세대의 빈곤이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본보다 2년 늦게 2008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때 이 나라는 높은 노령연금과 복지로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현재의 이탈리아는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해외취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이탈이아와 같은 시기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약간의 고령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으나, 청년들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을 소중히 여겨 고령화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표적 나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인구문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미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나라들을 반면교사 삼아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현재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모들에게 편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의 고생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출산장려 구호를 외쳐댄다 해도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정부, 지자체뿐 아니라 모두가 발 벗고 나서서 함께 풀어 나아가야 한다.

 몇 일전 보건복지부에서 '치매정책과'를 신설한 것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가 본보에서 '치매라구요'(2017. 2.9일자)에서 지적 했듯이 '치매'라는 용어는 바꿔야 한다. 지난주 강의시간에 초고령사회 대비책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토록 하여 함께 토론한 바 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저들에게 희망을 건다. 아직 9년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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