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 역사를 훑어보면 최초의 할복사건은 삼국시대가 그 시초라고 전해 오고 있다. 고려 때부터는 유교사상의 도입으로 점점 할복의식이 사라져 갔지만 그 이전인 삼국시대 때만 해도 할복은 매우 성행했다. 참고로 여기서 할복이라 함은 일본 영화에서처럼 일본 사무라이들이 일본도(刀)로 자신의 배를 가르는 의식을 말한다. 사무라이들의 할복은 자신의 무인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신성한 개인적 의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의식은 주로 적에게 사로잡힐 바에야 떳떳이 죽겠다는 나라를 위한 국가적 의식으로서 행해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할복사건은 백제 장수 계백의 일화가 있다. 이곳에서 계백은 자신이 스스로 배를 베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아끼는 가족들을 베는 것이다. 이점이 바로 우리나라 할복과 일본 할복의 차이점이다. 때문에 계백도 자신들의 가족들 모두 자결을 시키게 한 후 자신도 자결한 것이다. 백제에서만 이런 할복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라시대의 경우 김춘추의 사위인 김품석은 대야성이 함락되자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자결했다.

 이처럼 삼국시대 때의 할복은 개인적인 할복의 경우도 있었지만 보다 가족적, 즉 집단적인 할복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이후 조선시대 때도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할복으로써 자신의 뜻을 피력한 애국지사들의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으나 자살로 나라가 시끄럽게 한 일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비교 대상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안고 있다. 이런 통계를 여러 번 들어서 그런지 반응도 심드렁하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체 자살자들이 질병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목숨을 끊는 것이 많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자살자가 2배 이상 많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이의 자살률도 크게 눈에 띠는 것도 충격적이다. 또 젊은 층의 자살도 많아 안타까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쳐주고 있는 것 같다.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81.3세로 늘었다. 멕시코의 기대수명은 74.4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데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건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삶을 스스로 저버리는 우리 사회가 자살이 없도록 다 큰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OECD 회원국 중 자살사망률이 가장 높은 불명예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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