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문학과지성사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연극배우로도 활동하는 시인 장수진의 첫 시집.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5년 간 쓰고 다듬은 시 69편을 묶었다. 동네 스탠드바 화재로 인생의 시시함을 깨달은 소녀, 골방에 틀어박힌 할머니를 인도하는 '자타살 협동조합', 맥줏집에서 노가리를 찢으며 혁명을 말하는 선배, 중년의 삶에 지쳐버린 만화 '둘리'의 희동이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면면을 직설적이고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펼쳐놓는다. '혜영아 밥은 먹고 다니니/ 엄마 메시지 치지 마세요/ 내 시를 읽어드릴 수 없어요/ 나는 오늘 밤에도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찢어버리는 년이에요/ 우리의 우울을 합치면/ 껍질 벗긴 바나나로도/ 서로 찔러 죽일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 머리 땋고 무릎 모아 노래하던 혜영이는/ 낙성대로 이민 갔다 생각하세요'('서울의 혜영이들' 중) 223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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