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영악한 크리에이터 - 한호·잇콘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개인사업을 구상할 때, 하다못해 회식 메뉴를 고를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요받는 시대다.

이제 톡톡 튀는 기획력은 일부 업계 뿐 아니라 업무 전반에 필요한 덕목이 됐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밤을 새며 뇌를 학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노가다'가 아니라 '뇌(腦)가다'다.

이 책은 20년 넘게 광고 실무를 담당하다가 이제는 경동대 디자인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한호 교수가 이런 뇌가다에 도움을 주기 위해 펴낸 지침서다.

멋진 아이디어란 무엇이고 그 기준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 책은 당돌하게도 "그렇다"라고 답한다.

멋진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물론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수십년 광고쟁이로 살아온 저자는 아무리 폼 나는 아이디어라도 타깃에 먹혀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좋은 아이디어의 첫 번째 기준은 그냥 멋진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멋진 것이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조건 참신한 생각을 끌어내려 하기보다 먼저 상대방의 뒤통수에 숨은 은밀한 욕망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극할 만한 단서를 슬쩍 던져준다.

결국 아이디어란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게 아니라 타깃에 맞게 전략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저자는 'C=tA의 제곱', 즉 '크리에이티브(C)는 연상(A)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을 제시한다. 다양한 단서를 제시함으로써 상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연상을 조종하라는 것이다. 이때의 단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뒤통수에 숨어있는 은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책은 에크먼, 흄, 퍼스, 지나르 등 다양한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차용한다.

그러나 이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쉽게 읽을 수 있다. 다양한 그림과 비유를 통해 '영악한 크리에이터'로 거듭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국내 1위 금융회사에서 브랜드, 광고,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광고와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밤새도록 뇌를 학대해 만들어낸 수십 가지 아이디어가 '뭣도 모르는 것들'에게 무시당하는 데 대해 분노하지만 그와 동시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으로 생각 없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부랑자'들에게도 불만이 많다.

크리에이터의 위상을 높이려면 무조건 폼 나고 색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인간의 심리에 기반해 '영악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실무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학문적 연구를 융합시켜 '전략적인 크리에이티브'의 방식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광고 뿐 아니라 기획, 사업 구상, 설득 등 아이디어를 만들고 어필해야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는 물론, 참신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사회 초년생들의 흔한 실수도 막을 수 있기를 저자는 바란다. 210쪽. 1만5000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