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장 10일에 달하는 추석연휴가 다가오면서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벌써부터 수입물가를 중심으로 성수품 가격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에 반영되는 소비자 가격이 이번 주 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사상최대규모의 무역수지 흑자 소식이 전해지지만, 내수경기 활성화는 요원할 뿐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황금연휴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모처럼만에 맞은 '황금연휴' 기간을 기다렸다는 듯, 해외로 떠나는 이들 또한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10일 연휴는 꿈도 꾸질 못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연휴기간 중 3~5일 밖에 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추석연휴에 써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이 없다는 데 있다. 실제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중소기업 절반이 추석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8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53.0%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원활하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해 다수의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1인당 평균 70만원대에 이르는 상여금 지급과 관련, 지급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도 절반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임금체불이다.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8월 말까지 누적된 임금체불은 21만여명,총 8909억여원에 달했다. 21만여명이라는 규모는 왠만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9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의 '체불임금청산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된 금액은 4630억원으로 전체 체불 임금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임금체불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과 사업주로 하여금 체불임금 청산계획서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정부는 각종 채널을 통해 추석자금융통에 나섰다고 발표했지만, 그 또한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는 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사업주 간 현실을 파악치 못하는 정책에 있다.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든 체불임금만큼은 근절하겠다며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미미할 뿐이다. 갑을 관계가 형성된 지배구조에서 을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근로자가 고발 등 법적조치를 하지 않는 한, 근로감독기관의 사업장 점검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든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최저생활의 기반이자 목숨줄과 같은 것이다. 상여금은 접어두고라도 수 개월씩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부와 사업주는 '황금연휴'가 괴롭고 힘든 사람들의 한숨과 탄식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사업주와 정부가 근로자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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