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유난히 극심했던 가뭄, 폭염, 폭우도 파란 하늘과 선들바람에 자리를 내주었다. 가는 곳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물론 모든 도로까지 잘 정비되어 무척 자랑스럽다. 그러나 훌륭한 여건에 부끄럽게 일부 운전자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때가 많다. 얼마 전, 필자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화들짝 놀랐다.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기도 하고, 안전거리를 100m쯤 확보해야 하는데도 바짝 따라붙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음주운전 사고 사례도 떠오르고 식은땀이 난다. 차량이 폭주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더욱 걱정되고, 오래 전, 군사훈련을 받을 때 '졸면 죽는다.'라는 말도 생각나게 한다.

 방송과 신문을 보니 지난 9월 2일, 충남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승용차를 들이받는 등 8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부부가 숨지고, 9명이 다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CCTV 확인결과 고속버스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들이 받아,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한다. "사고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운전기사가 진술했다니. 같은 날 경부고속도로에서도 고속버스가 5중 추돌사고를 내서 5명이 다쳤을 때, 이 버스 기사도 "피곤해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니 졸음운전일 것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잇달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에서 졸음운전 버스에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치는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7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과로 예방을 위한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 달 남짓 지났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졸음운전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니……. 대형 차량은 물론 승용차 등 모든 차량 운전자는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고속도로에 게시되어 있는 '졸리면 제발 쉬었다 가세요.'란 말도 지켜야 한다. 필자가 몇 년 전 중국 연변에 갔을 때 겪은 열악한 시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휴게소와 졸음쉼터까지 훌륭하게 갖춰져 있지 않는가.

 북한이 지난 3일, 기어코 6차 핵실험을 저질렀다. 대체로 10만t 안팎의 폭발 위력이고, 소규모 수소폭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위급한 시기일수록 사회 안정이 되어야 하고, 졸음운전 위험이라도 없어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예정된 고속·시외버스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앞당겨서, 첨단안전장치인 전방충돌경고장치(FCWS)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올해 안에 조기 장착할 계획이라니 참으로 다행이고 시급한 대책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대책 못지않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경각심과 준법정신이다.

 사회의 각종 규칙과 법규가 지켜지지 않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하듯 운전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자동차는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것은 자명하다. 또한, 도로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사회생활,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졸음운전을 하지 않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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