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교육문화부장] 충북 청주시내 공사현장 간이식당에서 조리원 13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병원에 옮겨지는 사고가 있었다. 여름철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무려 700인분이나 되는 삼계탕을 조리하던 도중, 평상시보다 일산화탄소가 허용농도의 4배(200ppm)까지 치솟은 것이다. 연일 호우주의보가 아니면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찌는 듯이 더웠던 지난 여름, 그늘 없고 작업이 지속되는 건설현장은 더웠고 조리실도 마찬가지였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데에는 더운 날씨에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 조리실 에어컨이 지속 가동됐고, 또한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공기 중 산소농도를 계속 희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 속 조리실은 실내 기온이 55도까지 치솟고 체감온도는 7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폭염특보 발령기준 중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35도 이상일 때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날마다 비닐로 된 위생모자와 고무장갑, 앞치마, 장화, 마스크까지 쓰고 몇 백, 몇 천 인분이나 되는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실 종사자들의 현장은 사계절 내내 여름 같을 것이며, 여름에는 뜨거운 김이 솟는 찜통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조리종사자의 작업공정은 일반적으로 △식자재 운반 및 보관 △전처리 △조리(가열/비가열) △배식 △후처리(세척/청소) 순으로 이루어진다. 제조업은 보통 공정별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조리종사자는 조리, 배식 담당을 구분하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근로자가 전체 공정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중년층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조리종사자가 주로 노출되는 위험은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바닥의 물기나 음식물로 인한 넘어짐, 가열조리 시 화상 또는 화재, 더운 환경에서의 온열질환, 절단작업 시 베임·찔림 위험이 있다. 그 밖에 전기기구 사용 시 물기로 인한 감전, 세척 시 유해물질과 조리 시 유해가스에 대한 노출, 후드 등 높은 곳을 청소할 때 미끄러짐이나 떨어짐, 조리기계·기구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이 있다.

 단순히 음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리실 근로자는 생각보다 다양한 작업공정에서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업무강도가 높고 노동시간이 타 직종에 비해 길어, 직업병과 산업재해 빈도가 높으며 휴식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한 편이다. 근로자 스스로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조심해야 하지만, 사업주와 관리자가 먼저 근로자의 처우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조리실 산업재해예방의 첫 걸음이라고 본다. 안전한 조리환경에서 일하는 조리사가 우리 몸에도 건강한 식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직장에서 우리의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조리종사자들이 앞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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