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분명한 것은 2002년 히딩크와 2017년 히딩크는 다르다는 점이다. 2002년 당시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사상 첫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후 우리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올해 이란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힘겹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냈다.

 월드컵 진출은 반갑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두 경기 연속 0-0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을 향해 팬들의 비난 목소리는 높았다. 축구 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히딩크 재단 관계자로 부터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을 의향이 있다는 전언이 나오면서 축구계를 혼란케 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축구팬과 네티즌들은 대부분 히딩크 감독의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를 원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감독이든, 기술 고문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한국에서 머무를 용의가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의 복귀를 찬성하는 쪽의 의견은 2002년 영광을 재현하고 선수들의 정신상태에 대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반대의 의견은 더 이상 히딩크 감독의 능력이 대표팀을 이끌만하지 않고 현 신태용 감독에 대한 모욕적인 행동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재는 히딩크 측의 주장만 나왔기 때문에 진위여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또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 중 "감독을 맡겠소"라고 다짐한 부분은 없다. 어쨌든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틀림이 없다. 히딩크는 한일 월드컵 4강 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갈수록 히딩크 감독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러시아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지 못했다. 이후 터키 대표팀 감독을 맡아 유로 2012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러시아 클럽 안지 감독을 맡은 뒤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조국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4승1무5패라는 성적표를 남긴 채 유로 2016 예선 탈락의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 첼시는 2016년 히딩크 감독 대신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야인으로 지냈다.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다. 2002년 우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축구가 월드컵 4강까지 간 것은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로 추억이 됐다.

 소모적인 진실게임은 결코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은 분명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축구를 위해 조언과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면 쥐고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을 것이다. 진실게임이 자꾸 이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축구 그 자체가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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