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어느 겨울날, 미국의 중부 미주리 주를 향해서 달리는 마차가 있었다. 마차 안의 손님이라고는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사람의 부인밖에 없었다. 마차가 산길에 접어들었을 때 심한 눈보라가 치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기 시작, 드디어 영하 20도가 되었다. 견딜 수 없는 추위에 마부도 손님도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목적지인 미주리까지는 아직도 8, 9마일이 남았는데 부인이 졸기 시작하지 않는가. 그대로 놓아둔다면 죽는다.

 이때 마부의 머리에 번개처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서 마부는 갑자기 큰 소리로 화를 내면서 부인을 마차에서 끌어 내렸다. 부인이 막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부는 사정없이 말 등에 채찍을 내리쳤다. 마차는 부인을 내려놓은 채 쏜살같이 아이만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한다. 놀란 부인이 소리를 치며 죽을힘을 다해 뒤쫓는다. 그러나 마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마차를 몬다. 부인은 "아이를 내려주고 가세요!"하고 필사적으로 외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마차의 뒤를 쫓았다.

 자신의 추위쯤은 온데 간 데가 없다. 이렇게 해서 부인이 2마일쯤 뛰어서 뒤 쫓아왔을 무렵에야 마부는 마차를 멈춘다. 그리고는 정답게 부인의 손을 이끌어 마차에 태웠다. 어떤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이다. 만일 이 마부의 기지에 찬 결단이 아니었다면 부인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마부가 "만일 마차에서 부인을 끌어내리지만 주저앉아 버린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하면서 결단을 주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단력이야말로 격동(激動)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나이의 참다운 행동력이다. 이 결정 하나로 모든 것이 결판난다고 하는 상황에서의 결단은 참다운 사나이의 용기다. 심리학자들은 어머니의 치맛바람에 싸여 자나난 유약(柔弱)한 남성은 결단력이 약하다고 한다. 반대로 아버지의 주먹으로 단련 받고 격심하게 아버지와 대결하면서 자라난 남성은 결단력이 강하다. 이것은 초자아(超自我)가 아버지와의 충돌 속에서 강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택동은 젊을 때 아버지와 격심하게 대립하여 독립독행(獨立獨行)의 길을 택했다. 모스크바의 지령에 반대하여 독자적인 노선을 걸은 것이 9억의 국민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세계의 대국(大國)으로서의 중국을 탄생시킨 것이다. 결단력의 승리였다. 그러나 사회주의 건설기에 들어 서면서부터의 결단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역사가 심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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