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 한남대 문창과교수
2008년은 한국의 현대시가 태동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우리 문단에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문학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학회에서 세미나를 실시해 100년간의 현대시가 성취한 결과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현대시의 기점으로 삼는 1908년은 육당 최남선이 '소년'지에 '海에게서 少年에게'를 발표한 것을 출발선으로 한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순수 창작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있는 줄은 안다. 그러나 현대시의 출발이 '바다'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2009년은 한국 현대시가 100년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첫 해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삼고자 '시와정신'은 2월 말에 '큰시'와 부산의 '시와사상'을 찾아가 바다에서 함께 봄을 맞았다. 부서지는 파도 속으로 떠오르는 섬들을 보면서 여러 시인들이 어울려 '바다'에서 봄을 느끼고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는 2009년에 우리 '시와정신'도 '바다'로부터 새로운 상상력과 감수성을 길어 올려 새롭고도 힘찬 시의 물줄기를 활발하게 펼쳐가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새기면서 특집을 마련한 '시와정신' 봄호가 3월초에 전국의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계간지 한 호를 발송하고 나서 편집위원들은 다시 여름호를 기획하고 있다. 편집기획은 한 계절을 앞서 진행해가기 때문에 어쩌면 계간지를 편집하고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몇 개의 계절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문학 행위는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배경 없이는 절대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바닷가를 거닐며 함께한 20여명 시인들의 발자국 속에는 작은 바다가 고여서 또록또록 눈망울을 열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가슴마다 바다를 하나씩 분양 받아가지고 돌아가기 위해서 더 가까이 바다로 닿고자 하였다. 그럴 때마다 세찬 파도는 싱싱한 바다를 실어와 흰 모래사장에 뿌려놓곤 하였다. 우리들의 잠자던 시정신도 힘차게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안고 한없이 수평선 쪽으로 눈길을 던져 주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매달 문학작품을 읽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십 곳, 또는백 곳이 넘는 지역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낭독회에서 작품을 낭독하는 낭랑한 목소리들이 이 봄을 더 설레게 하고 있다. 어린이로부터 어른,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의 감동으로 함께 빠져들면서 하나가 되는 까닭에 이 봄의 꽃들은 더 활짝 피어날 것이다. 널리 알려진 문인들로부터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낭독회를 통해서 다가오는 봄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시와정신'는 2009년의 봄을 바다에서 맞이하며, 현대시가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바다를 통해 새롭게 가다듬어 보았다. 때맞추어 내려준 봄비를 맞으며 송정 바닷가를 거니는 여러 시인들의 마음속에는 이제 막 벙글기 시작한 동백꽃의 붉은 열정이 고스란히 스미어 있었다.

차분하게 내려준 비와 격정으로 뒤엉키는 파도의 양극 사이에서 우리들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출발이 더 크게 열릴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시와정신'의 새로운 각오와 바다 앞에서 새긴 의지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더욱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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