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청주고 교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교장실에 걸린 역대 교장선생님들의 사진을 바라보니 불현듯 1958년 청주고에 입학했던 때가 떠올랐다. 명문대학을 갓 졸업한 선생님들의 모습과 함께 연로하신 세 분의 선생님의 모습이 눈을 끌었다. 젊은 선생님들에게서는 정열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연세 지긋하신 노스승님께서는 경륜 속에 배어있는 스승님의 모습 속에서 저절로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이 생겨났다.

 지금까지도 그 시절에 졸업한 학생들은 교장, 교감을 지내신 스승님보다 세 분의 말씀이 화제가 되곤 한다. 교원정년이 단축되면서 일시에 경륜이 있는 스승들께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교단을 떠나야했고, 정년 단축 후에 교단은 50대 교사는 찾기 힘들 정도로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가져 왔었고, 초·중학교에서는 여교사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언젠가 한 교수로부터 교사는 정규사대를 졸업한 교사들로만 충원하기보다는 다양한 양성방법에 의해 교직에 들어오신 선생님들에게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에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경험에 의하여 축적된 지혜가 난관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관중(管中)과 습붕이 제(齊)나라 환공을 따라서 고죽(孤竹)을 정벌하는데 봄에 출정하여 가을에 돌아 오다보니 길을 잃게 되자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자"고 했다. 즉시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 길을 찾을 수 있었고 물을 찾지 못하자 습붕이 말하기를 "개미는 겨울에는 산의 양지쪽에 살고, 여름에는 산의 음지쪽에 사는데 개미뚝이 한 치만 되면 그곳에는 물이 있다고 하여 그의 말대로 양지에서 물을 발견했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는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젊음이 전부인양 의욕과 열정으로 밀어붙이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특히 교단에는 경륜이 있는 선생님들의 지혜와 젊고 새로운 교육이론을 익히고 교직에 들어온 선생님들의 조화 속에서 학생들에게는 보다나은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최근 들어 고위층에 젊은층을 임명하고 청문회과정에서 낙마하는 일들을 보았다. 삼고초려는 못할망정 자리에 맞는 적재적소의 인재를 등용하는데, 젊은 피의 수혈도 필요하겠지만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를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하며, 인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 노스승님들이 그리워짐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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