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사통팔달의 길 앞에서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인다. 왼쪽으로 가도, 오른쪽으로 가도, 직진해도 목적지로 갈 수 있으나 길이 여럿이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왼쪽은 에둘러 가는 길이라 약간 멀지만, 나무 그늘이 있어 햇볕을 피하기 좋다. 오른쪽은 언덕을 오르내려야 하므로 살짝 힘이 드나 산과 들이 있어 자연과 벗하기 좋은 길이다. 곧바로 가는 길은 대로여서 차량의 소음과 매연을 견뎌내야 하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 모두가 장점, 단점을 함께 가졌으므로 선택은 내 몫이다. 어느 길이 가장 낫다고 단정 짓지 못한다.

 필자는 좌측통행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교육받고 자란 세대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의 복도를 걸을 때는 좌측으로 통행해야 했으며 어겼다가 선생님이 나타나면 급히 방향을 바꿨다. 학교 내뿐만 아니라 거리와 횡단보도에서 보행 방향의 규칙 지키기는 철저했다. 2010년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우측 보행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1903년에 '보행자와 차마(車馬)의 우측통행' 규정을 발표한 후로 지금까지 보행의 방향에 대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다가 우주의 원리와 생활습관 등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우측통행의 규칙을 알고 지키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행동경제학에서는 횡단보도나 계단에 그려놓은 화살표가 사람의 행동에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살표를 쳐다보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무심천 보행로와 자전거 길에서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과 몇 번 부딪혔고 그로 인해 몸을 다쳐보았기에 화살표의 효과를 의심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화살표의 효과는 가물에 콩 나듯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차라리 꼭 집어서 우측통행이라는 글씨로 써놓는다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보행에 따른 방향을 제도화했으나 무감각이거나 무시하면서 좌와 우, 라는 구분의 골이 깊어간다. 직립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보행에 따른 교통법규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좌파와 우파, 라는 파 가르기는 어찌 그리 선명한가. 타인과 특히 지인과 심지어는 가족과 정치권 이야기는 금기되어 버린 세상이다. 대부분 국민은 여러 사람, 여러 생각이 합해져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바란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도 마음이 불편했다. 친목을 목적으로 한 자리에서 편파적 정치주장을 벌이는 지인을 보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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