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분명히 지금은 교수 집단에게 성찰을 통한 정체성 회복이 요구되고 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요구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에 약자들을 괴롭힌 제도와 권력자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사회 전반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인간적인 갑질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리와 정의의 전당이라고 알려진 대학 교수들의 갑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록 갑질을 한 교수들이 소수라고는 하지만, 그 대상이 아직 독립적 저항력을 갖지 못한 피교육자들이라는 점에 있어서 극복되어야 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부터 국립대 및 사립대를 불문하고 교수들의 갑질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관행처럼 저질러졌다. 한 대학원생의 인간성을 말살한 사립대 교수의 똥물폭행 사건에서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연구비 갈취,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의 성적조작, 수시로 일어나는 성추행 및 구타 등 갑질의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상황이 이러니 언론이 교수사회도 적폐라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갑질과 함께 교수사회가 기회주의를 선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었지만, 진리, 자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생명줄로 삼는다는 교수사회는 집단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대신 기업가나 정부 관리들을 만나 사업비나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로비에 더 집중했다. 언론에서는 지성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수시로 비판했지만, 일부 교수들은 권력과 유착하여 많은 돈을 따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고, 대학의 가치관은 혼탁해졌다. 하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간 사업과 연구결과는 과연 무엇인가? 그 결과는 전 이화여대 총장과 몇몇 교수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것과 대학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2015년에는 부산대의 한 교수가 정부의 통제에 저항하여 투신자살을 했다. 이때도 전국 대부분의 교수들은 역시 침묵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 약자의 아픔에는 눈과 귀를 닫는 것이 상책이라고 학습된 때문일까? 그랬던 교수들이 이제는 새 정부에서 한 자리를 해보려고 이력서를 써낸다고 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그들을 '생활형 보수'라고 감싸준다는 말도 나온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촛불을 들었던 천만 국민들의 기대와 뜻에 반하는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2022년에는 대학을 지원할 수험생 숫자가 지금보다 15만 명이 줄어든 45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백화점식의 지방대학들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고 사라질 것이다. 비록 일부라고 할지라도 그동안 학생들에게 갑질을 일삼으면서 권력과 돈 앞에서 기회주의를 택한 교수사회가 진리, 자유, 정의의 보루라는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 참회해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교수 자리를 잃은 후에 마음이라도 가볍게 을의 위치에서 새로운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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