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사물을 볼 때 거시적(macro)인 것과 미시적(micro)인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솔개의 눈과 개미의 눈이라 해도 좋다. 솔개가 창공을 날면서 높은데서 대국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마크로적 판단, 개미가 땅 위를 기어 다니면서 들여다보듯이 미세(微細)한 곳까지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보고 판단하는 것을 미크로적 판단이라 한다. 무릇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면을 통일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쪽에 치우치든 잘못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물이건 마크로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미크로적으로 보지 않으면 진실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이룬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다. 대개 인텔리들은 마크로적 방법과 판단을 즐겨하고 그것이 고급이고 고상하다고 착각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판단은 마크로적인 것만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마크로적이 되면 될수록 현실과는 먼 추상적인 것이 되어 버릴 가능성은 많아진다.

 ‥‥처음부터 장교 코스를 밟을 수 있었지만 2등병으로 출발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때까지 최고학부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며 장래 고급관직(高級官職)을 목표로 즐겨 마크로적인 것을 논의하고 배워 왔었다. 그러던 사람이 사병이 되어 기압을 받고 모질게 두들겨 맞으면서 노예처럼 일해 보니까 비로소 인생의 아는 한 면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지옥처럼 생각되던 군대 생활도 이렇게 즐겁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하는 어느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눈물에 얼룩진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참다운 영웅, 지도자는 대담하면서도 세심하게 밑바닥 인간의 괴로움을 알고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

 여기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참된 인간미가 생겨나는 것이다. ‥‥H사장의 경우를 보자. 그의 손은 마치 솥뚜껑 같다. 이 거칠은 현장 경력의 손은 그에게 누구보다도 친근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는 즐겨 창고나 수위실 같은 응달에서 일하는 사원을 찾는다고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그 눈은 뜻밖이라고 할 만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회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조사 없이 발언권 없다." 즐겨 고생하는 농민을 찾았던 모택동(毛澤東)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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