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판단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종합 토론회가 지난 15일 마무리되고, 공론화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20일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하고, 이미 시작한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도 잠정 중단하고 공사의 재개 여부를 공론조사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지난 7월 17일 관련 총리훈령을 만들고, 전 대법관인 김지형 위원장을 포함하여 모두 9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공론조사란 특정 사안에 대하여 표본 집단을 구성하여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1차로 의견 조사를 한 다음, 참가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을 거친 뒤 2차 이상의 조사를 실시하여 참여자의 의견의 변화 여부를 살펴보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 신고리 5·6호기와 관련하여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9일까지 만 19세 이상 전 국민 중 성, 연령, 지역에 따라 일정비율로 무작위 추출한 전화가입자 90,570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20,006명이 조사에 응답하였고, 그 중 5,981명이 시민참여단에 참가 의향을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이 가운데 시민참여단 5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였고,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478명을 상대로 2차 조사를 하였고,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471명을 상대로 토론 시작 전과 토론을 마친 후 각각 3차, 4차 조사를 하였다.

 구체적인 학습 없이 즉흥적으로 답하였던 1차 조사 결과가 이후 학습과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10월 20일 공론화위원회 의견과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공론조사는 1980년대 미국의 제임스 피시킨(James Fishkin) 교수가 창안한 조사방법으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캐나나, 대만, 덴마크, 중국, 몽골 등에서 다양한 쟁점에 대하여 공론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공론조사는 현재의 대의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국민들이 선출하여 권력을 맡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의 경우, 국가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자기 정파의 이익에 충실한 경우가 많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댓글을 조작하여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결과가 왜곡되고, 정부의 정책결정도 진정한 민의에 어긋나게 된다.

 사전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면, 일반시민들이, 정파성에 매몰된 정치인들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결정이 직업법관의 결정과 90% 이상 일치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조사는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성숙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고, 앞으로 이런 토론문화가 사회 각 분야에 다양하게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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